PC방업체들이 KT, 데이콤, 하나로통신 등 3개 전용선 공급업체가 최근 요금체계를 ‘IP기준 과금’에서 ‘속도 기준’으로 변경하자 이에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2만여개 PC방을 회원사로 갖고 있는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는 3개 전용선 공급업체가 지난 1일 동시에 속도 기준으로 과금체계를 변경한 것은 가격 인상효과가 큰 데다가 가격담합 의혹도 있다면서 빠른 시일 내에 긴급 이사회를 개최, ‘전용선 이용요금납부거부 운동’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 ‘항의집회’ 등을 통해 강력히 대응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KT, 데이콤, 하나로통신 등 3개 전용선 공급업체들은 지난 1일 수익구조 개선을 이유로 기존의 PC방 대수별(IP별)로 과금하는 방식에서 속도별로 일괄 과금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이에 따라 현재 3사의 PC방 전용선 공급요금은 최저속도 5M/bps일 경우 월 90만원, 10M/bps는 130만원, 20M/bps는 230만원, 30M/bps는 350만원이다.
3사 관계자는 공통적으로 “PC방업주들이 기존 IP별 요금제에서는 PC(IP)대수를 적게 신청하고 요즘에는 IP공유기까지 이용해 사업을 하는 등 IP를 집계하기가 불가능해졌다”며 “부득이 속도별 요금제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PC문화협회는 이번 3사의 제도변경으로 업소당 평균 월 20여만원의 추가 지출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업계 전체로는 연간 500억원 이상의 추가 지출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PC대수가 아닌 속도별로 일괄 요금을 지불하기 때문에 PC대수가 적은 영세 PC방은 수익내기에 직격탄을 맞게 됐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가정마다 초고속망이 들어가면서 손님이 줄어들 뿐 아니라 온라인게임의 유료화 등으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PC방업체들은 생존권 차원에서 강력히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이번 가격제도 변경이 3사에서 동시에 이뤄졌을 뿐만 아니라 PC방업체들에 대해 거의 홍보가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PC방의 한 업주는 “이번 3사의 가격요금제도 변경은 이미 과점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시장지배자에 의한 명배한 가격담합행위”라며 “이번 제도변경으로 영세업소들은 경영의 어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폐업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협회 관계자는 “통신업체측에 요금제도 변경안에 대해 의견조율과 사전홍보기간을 충분히 거쳐 줄 것을 요청했으나 아무 응답이 없거나 거부한다는 답변만 들었다”며 “작은 이익을 벌어들이기 위해 우리나라 정보통신산업 활성화에 공헌한 PC방을 죽이려 한다”고 말했다.
<류현정기자 dreamsho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