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풍향계]전자상거래 인증시장 선점경쟁

"8만개 인터넷몰 시스템 수요를 잡아라"

 전자상거래 공인인증시장을 잡아라.

 내년 1월부터 인터넷 쇼핑몰에서 물건을 구입할 때 10만원 이상이면 인증 서비스를 받도록 정부가 의무화하면서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불붙고 있다. 솔루션업체는 물론 신용카드, 밴(VAN)·지불대행(PG)업체 등 쇼핑몰 결제에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주요 업체들이 시장선점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전자상거래 분야가 인증은 물론 결제 분야의 주도권을 쥘 수 있는 호기로 판단, 치열한 물밑 경쟁이 한창이다.

 ◇배경=지금까지 공인인증 서비스는 금융권이 주요 대상이었다. 은행권에서는 온라인으로 계좌이체를 하거나 대출을 받을 때, 증권사에서는 인터넷으로 주식을 거래할 때 로그인 자체를 인증서 기반으로 주로 이용했다. 쇼핑몰업체도 인증서 기반의 주문 서비스에 관심을 가졌지만 추가 투자 등을 이유로 다소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금감원이 내년 1월부터 전자상거래 분야에도 인증제도를 도입키로 결정하면서 인증 서비스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금감원은 해킹 등으로 인한 거래정보 유출과 데이터 위·변조 등을 방지하기 위해 10만원 이상의 국내 전자상거래 거래에는 인증 서비스를 의무화했다. 쇼핑몰업체는 이에 따라 싫든 좋든 내년까지는 인증 시스템을 도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황=이에 서비스 주체인 신용카드업계는 물론 쇼핑몰의 지불을 대행해 온 PG업계, 여기에 신용카드사와 PG업체를 이어주는 전용망을 가진 VAN 사업자가 쇼핑몰업체를 대상으로 보이지 않는 주도권 경쟁에 나서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업체군은 신용카드업계다. 신용카드업계는 ‘안전 결제’를 모토로 세 결집에 나섰다. 비자카드를 주도로 삼성·LG·외환·신한·BC·국민 등 8개 카드사는 지난주 ‘비자 안심 클릭’ 서비스를 선보이며 이달중에 삼성몰·LG이숍·다음쇼핑·한솔CS클럽 등 10대 쇼핑몰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선공에 나섰다. 비자카드 측은 “연말께 600만명 이상이 이 서비스를 이용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에 앞서 VAN업체도 한국정보통신·나이스정보통신 등 4개 업체가 연합해 쇼핑몰을 겨냥한 공인 인증 시스템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솔루션 업체인 스타브릿지와 공동으로 진행하는 이 프로젝트는 늦어도 올해 안에는 상용 시스템을 개발해 본격적인 프로모션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스타브릿지 측은 “PKI 방식의 암호화를 기반으로 이미 기본적인 서비스 설계는 끝났다”며 “쇼핑몰의 기본 프로세스를 그대로 활용하면서 자연스럽게 인증을 받는 방식으로 서비스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솔루션 업체로는 피에스엠코리아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피에스엠은 공인인증과 통신암호화를 기본으로 자체 보안모듈을 탑재해 솔루션을 개발하고 우리홈쇼핑이 운영하는 우리닷컴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여기에 금융결제원도 쇼핑몰을 대상으로 독자적인 인증서비스를 할 뜻을 내비치고 있는 상황이다.

 ◇전망=주요 업체가 쇼핑몰 인증서비스에 앞다퉈 나서고 있는 것은 우선 ‘시장’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업계에서는 전자상거래 인증시장의 규모를 인터넷 사이트로 봤을 때 8만개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5000여개의 전문 쇼핑몰에, 공공기관·대기업과 중소기업 홈페이지 대부분이 쇼핑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신용카드·VAN·PG업체의 주도권 문제도 시장경쟁을 더욱 달아오르게 하고 있다. 카드 수수료를 둘러싸고 이들 업체는 치열한 영역다툼을 벌여왔고 공교롭게도 쇼핑몰 인증시장에서 격돌하게 된 것이다.

 과연 쇼핑몰시장이 공인인증서비스를 확대하는 전기를 마련하고 이해관계에 따라 얽히고 설킨 결제업계를 재편시키는 디딤돌이 될지 주목된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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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은행과 증권사에 국한됐던 공인인증제도가 내년부터 인터넷 쇼핑몰로 확대적용됨에 따라 솔루션업체는 물론 신용카드·PG·VAN 업체들이 시장선점을 위해 앞다퉈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