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동안 재활용된 PC수량이 연간 목표량의 7.3%에 불과한 수준으로 드러나자 업계와 환경부가 정면충돌을 빚고 있다. PC업계는 현실을 무시한 정부의 환경정책 시정을 촉구하고 있는 반면 환경부는 이미 배정된 재활용 물량은 예정대로 맞추어야 한다고 강경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최근에 발표된 상반기 집계에 따르면 냉장고의 재활용 수량은 21만5000대로 연간 목표량의 79%를 달성했고 세탁기와 TV도 각각 18만6000대(60.4%), 15만9000대(56.4%)로 연간 목표량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PC의 경우 목표량이 10만9000대인데 반해 상반기 동안 수거된 수량은 8000대로 7.3%라는 극히 저조한 실적을 보였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PC의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 적용이 처음인 만큼 9개 주요 PC제조업체에 대해 연말까지 10만대 이상의 중고PC세트(본체+모니터:세트당 26㎏)를 회수, 처리하도록 강력히 촉구했다.
환경부 방침대로라면 삼성전자가 3만9000세트, 삼보컴퓨터가 2만5000세트, LG IBM이 1만1000세트의 중고PC와 모니터를 어떻게든 연말까지 처리해야 할 형편이다. 만약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PC본체와 모니터의 무게만큼 PC제조업체가 환경부과금(㎏당 165원)을 물게 된다.
업계는 정부가 PC를 EPR 적용대상에 포함시킨 것이 무리였다며 반발하고 있다. 해마다 수명이 다하는 중고PC물량은 50만∼100만대로 추정되지만 정작 쓰레기장에 나오는 물건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PC는 아무리 오래된 구식기종도 환금성이 높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중고PC를 쓰레기장에 그냥 버리지 않고 단돈 1만∼2만원이라도 받고 민간처리업자에게 넘기는 것이 관행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체 대리점망과 학교, 공공단체 등에 중고PC를 무상기증하라는 협조공문을 보내도 되돌아오는 것은 냉담한 반응뿐”이라며 “그렇다고 재활용 물량을 채우기 위해 전국을 돌면서 중고PC를 유상매입해야 되느냐”고 반문했다.
업계는 연말까지 재활용 물량을 확보할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희박하다며 차라리 벌금을 내겠다면서 정부측에 노골적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PC업체가 재활용 PC물량을 채우지 못하면 벌금 몇푼이 문제가 아니라 환경문제에 소홀한 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힌다”면서 “이미 중고PC가 민간업체를 통해 철저히 재활용되는 상황에서 굳이 EPR품목에 PC를 포함시킨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정부대책을 촉구했다.
하지만 환경부의 이영석 사무관은 “초기 EPR제도 실행과정에서 일부 시행착오는 인정하지만 올해 PC업계에 배정한 재활용 물량은 예정대로 시행할 방침”이라며 기존 방침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그는 “중고PC 유통실태에 대한 정밀조사를 실시한 뒤 내년도 PC업계의 재활용 쿼터량과 부과금에 대한 재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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