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정보통신업계가 치열한 시장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 처절한 과정을 겪어 온 것에 비해 전기전력업계는 상대적으로 온실속에서 자라왔다.
때문에 미래를 준비하고 선도하는 신기술을 개발하기보다는 현실에 안주하고 변화를 매우 싫어한다는 것이 단점이다.
그 차이로 인해 전자업계가 미래를 선도할 핵심기술로 자리잡으며 눈부신 기술발전을 이룩한 것에 비하면 전기업계는 정말로 초라하기 짝이 없는 게 현실이다.
전자·정보통신 분야는 이미 국가 경쟁력을 운운할 정도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날로 커지고 있다.
따라서 나는 그 변화와 혁신의 최전방에 서서 전기업계의 디지털(digital)+인터넷(internet)+네트워킹(networking)을 주도하고 변화시켜 나갈 것이다.
나는 99년 처음으로 수배전반을 만든 데 이어 이제 정부로부터 고효율인증까지 받았다. 이를 계기로 내가 생각하는 전기업계의 자연스런 변화를 말하라면 다음의 몇 가지가 될 것이다.
그 첫번째로는 완전한 디지털 기술이 전면적으로 도입되는 출발선이 될 것이다.
IT와 디지털기술 및 모바일 네트워킹이 융·복합화돼 전혀 다른 제품으로 새롭게 태어날 것이다. 이제 네트워킹이 안 되는 제품은 생명력을 상실할 것이며 제품으로서의 가치는 과거의 영화에 연연하면서 몰락하는 중세 유럽의 귀족과 같은 신세가 될 것이다.
둘째로는 중전기기 조립분야뿐만 아니라 부품사업 분야도 브랜드화되는 출발선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앞으로는 신뢰성과 고객 중심의 제대로 된 기업이미지를 구축하고 규모의 경제를 갖춰 좋은 품질과 시공의 제약을 받지 않고 언제나 고객만족을 시킬 수 있는 서비스만이 통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방향성은 구매자의 첫번째 의사결정 기준이 될 것이다.
셋째로는 정직한 가격을 인정받을 수 있고 고품질, 고가격의 사업군으로 형성될 것이다.
철판을 두드려 부품 몇 개 사다 구멍 뚫고 조이고 납품하던 시절이 있었다. 2∼3년 동일직종에 근무하면 누구나 자영업으로 출발해 인허가 없이도 만들 수 있고 판매할 수 있었던 그 시절, 비닐하우스에서 드릴과 드라이버 등 최소한의 설비만 있어도 되던 그 시절은 이제 먼 옛날이야기가 됐다. 이제는 기술강국을 주장하며 갈고 닦았던 생산기술을 십분 활용함으로써 투자원가를 보상받을 수 있을 것이며 제품의 품질에 대해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고 그만큼의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시대가 개막된 것이다. 땀값도 못 받던 시절은 이제 다시 돌아오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