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해외 생산.판매기반 상실위기-비상경영 돌입

주 40시간 근무제 등을 둘러싼 갈등으로 현대자동차 노조의 파압이 한달 넘게 계속되면서 현대차가 그동안 어렵게 구축해온 해외생산기지에서 일부 가동중단 사태가 생기고 수출에도 차질이 빚어지는 등 불똥이 해외로까지 번지고 있다.

◇해외 각 생산법인 가동중단 상태=현대차와 기술제휴를 맺고 러시아에서 베르나를 생산하고 있는 돈인베스트는 현대차측에 ‘러시아시장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편지를 보냈다. 연간 6만대의 생산규모를 갖고 있는 터키공장도 비슷한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현지공장 자파르 알림 생산본부장은 “가동 정상화를 위한 즉각적인 조치는 물론 생산손실을 보전해 주기 위한 별도의 조치를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러시아와 터키측의 ‘희망’이 이뤄질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협상은 결렬됐고 근로자들은 이미 여름휴가를 떠났기 때문이다. 이집트, 말레이시아, 파키스탄 등의 조립공장도 한국으로부터 부품을 공급받지 못해 이달부터 가동이 중단됐다고 현대차측은 밝혔다.

◇가동중단 직전의 중국 공장=지난해 12월부터 쏘나타를 본격 생산하고 있는 베이징현대차는 아직까지는 가동중단이라는 최악의 사태는 피했다. 그러나 한국에서 들여오고 있는 엔진과 트랜스미션 등 주요부품의 재고가 이달 말까지 분량만 남아 파업사태가 곧 정상화되지 않으면 공장을 멈출 수밖에 없다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최근 중국 신흥 중산층들의 ‘마이카’ 구입 붐으로 베이징현대차의 판매실적이 1월 1135대, 3월 3601대, 5월 4469대 등으로 급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생산이 중단되면 그 타격이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협력 부품업체, 부도위기=국내 협력업체들도 속속 휴업에 들어가는 등 공장 문을 닫고 있다. 규모가 작은 영세 부품업체들은 아예 부도위기에 몰렸다. 현대차 파업이 장기화함에 따라 협력업체들은 연초에 비해 생산량이 30% 이상 급감했으며 창고에 넘치는 재고물량으로 인해 생산을 일시 중단하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 현대차가 지난달 20일부터 시작된 노조파업으로 입은 손실은 1조3107억여원(9만9215대)에 달한다. 2300여 협력업체까지 따지면 피해규모는 모두 2조원을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모듈을 공급하는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모듈 생산라인이 멈출 경우 하루에 약 70억원의 매출손실을 입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원청업체의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우리가 입는 손실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200만대 생산 물 건너가나=중단으로 올해 국내외에서 총 200만대를 생산해 30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다는 현대차의 경영 청사진도 물거품이 될 전망이다. 이미 가동을 중단한 해외공장들의 경우 지금 당장 협상이 타결돼도 부품선적 등의 일정 때문에 8월말까지는 정상적인 조업이 어렵다는 분위기다.

 한편 현대차는 생산직 근로자들의 하계 정기휴가 돌입에도 불구하고 지난 17일부터 시작된 과장급 이상 관리직원들의 비상근무체제를 임단협 타결 때까지 연장한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연장은 하계휴가 전 임단협 타결 목표가 실패한데다 휴가 이후 노조의 부분파업 지속에 따른 국내외 생산 판매망 상실에 대한 우려감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집중호수로 손상된 공장시설을 비롯해 라인 재배치 등 필요한 공장시설을 체크함으로써 휴가 이후에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