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대규모 해외 담수설비 입찰을 둘러싸고 두산중공업을 상대로 정부에 조정명령을 신청, 정부가 이를 받아들일 경우 심각한 파장이 예상된다.
현대중공업(대표 최길선·민계식 http://www.hhi.co.kr)은 지난해 6월 쿠웨이트 ‘사비야 담수화설비’ 입찰에서 3억4200만달러로 낙찰받았으나 2위를 차지한 두산중공업이 자사에 대해 규정위반 주장과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며 최근에는 탄원서 제출로 최종 계약체결이 지연되고 있어 정부에 조정명령을 신청했다고 28일 밝혔다.
문제의 발단인 사비야 프로젝트는 지난해 6월 이후 두산이 현대의 입찰서류를 문제삼아 계약이 지연돼 왔으나 지난해말 쿠웨이트 입찰위원회가 현대중공업의 입찰서류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현대중공업을 최종 계약자로 결정했다.
또 지난 4월에는 시행청인 쿠웨이트 수전력청(MEW)과 현대중공업은 입찰서류 확인작업을 마치고 5월에는 MEW가 쿠웨이트 관급공사 예산승인 기관인 AB(Audit Bureau)에 현대중공업으로의 발주승인을 신청하는 등 본 계약이 임박해 있었다.
이에 맞서 두산은 현대의 계약체결이 임박해지자 지난 4월 현지 대리인을 통해 현대중공업으로의 발주처 결정은 부당하다며 현지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6월에는 AB에 경고성 탄원서를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현대의 한 관계자는 “위임하지 않은 사항에 대해서는 대리인 단독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두산중과는 무관하게 현지 대리인이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고 발뺌하는 등 두산이 계약방해 행위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입찰금액에서 두산중과 불과 5% 차이밖에 나지 않는 데도 불구하고 이를 두고 두산중이 저가수주 운운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과 두산중공업이 지난해 발전설비 빅딜과 관련해 설전을 벌인 데 이어 해외입찰 수주에서도 지나치게 경쟁을 펼치고 있다”며 “이른 시일내에 원만히 해결되지 않을 경우 국가적 위신과 경쟁력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조정명령은 무역에 관한 정부간 협정체결 또는 준수를 위해 필요한 경우, 공정한 수출경쟁을 교란할 우려가 있거나 대외신용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 산자부 장관이 명령을 발동할 수 있다.
<박지환기자 daeba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