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때보다 더 힘들다’는 기업들의 목소리가 수치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한국산업단지관리공단 등이 조사한 각종 자료에 따르면 업황전망을 나타내는 중소기업건강도지수(SBHI), 중소제조업 생산설비 평균가동률, 국가산업단지 평균가동률, 중소기업 경영실태조사 등이 모두 최악의 경기 위기국면 상황을 경고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특히 경기 영향에 민감한 소기업에서 중견기업까지 폭넓게 확산되고 있어 경제 위기상황에 대한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최악의 경제상황=29일 기협중앙회가 중소제조업 1500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6월중 생산설비 평균가동률은 극심한 내수침체에 따른 조업활동 부진 등으로 지난해 11월 이후 8개월 연속 하락한 68.3%를 기록했다. 이는 금년들어 전월(69.1%) 및 전년동월(74.7%) 대비 최대의 하락폭인 0.8%포인트, 6.4%포인트가 급락한 것으로, 지난 99년 3월중 68.0%를 기록한 이후 51개월 만에 최저치다. 산업단지관리공단이 3041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6월 국가산업단지 평균공장 가동률도 82.3%로 전월 대비 1.0% 하락했다.
중소기업CEO 27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중소기업 경영실태 긴급진단’ 조사에서도 응답자 86.0%가 현재 경기상황을 위기국면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속되는 위기상황=평균가동률 하락의 원인으로는 극심한 내수위축으로 인한 매출급감, 모기업 노조파업에 따른 수주물량 감소와 노사관계 불안, 북핵문제 상존 등 국내외 경제불확실 요인이 지속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더욱이 7, 8월 중소기업의 생산설비 평균가동률은 완성차업계의 파업여파, 휴가철에 따른 조업일수 감소, 고용허가제·주5일근무 등의 문제로 인해 6월보다 더욱 낮아질 것이라는 게 조사기관들의 예측이다. 이같은 전망은 28일 발표된 중소제조업 업황전망 건강도지수(SBHI)에서도 드러나 지난해 11월 이후 10개월 연속 기준치(100)을 밑도는 76.3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4월 조사이후 최저치로, 당분간 체감경기 회복을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관측을 낳게 하고 있다.
◇악순환고리 형성되나=중소제조업 규모별 평균가동률을 보면 중소기업 및 중기업 모두 전월대비 각각 0.6%포인트, 1.1%포인트가 하락했다. 특히 소기업보다 중기업의 하락률이 높게 나타난 것은 상대적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중견기업까지 경기악화의 여파가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는 위험신호다. 중소기업 CEO대상 설문조사에서도 전체의 41.0%가 내년 하반기를 경제 회복시점으로 응답했다. 이는 올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를 경제회복 시점으로 보던 그동안의 조사 결과보다 회복시점이 1년 가량은 늦은 것이다. 또 하반기 경제성장률도 응답자 중 46.8%가 2%대로 전망, 정부 전망치인 3%대 달성도 어렵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협중앙회 관계자는 “예상했던 것보다 각종 수치들이 훨씬 안좋고 기업들의 심리적 위축이 점점 확산되고 있다”며 “더 큰 문제는 금리인하·세금감면 등 정부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이 전개돼 불황의 악순환고리가 형성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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