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는 국가발전 버팀목"

과학기술 중심사회로 가는길

세계는 급속히 지식·정보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과학기술이 사회·경제·문화 전반을 견인하며 국가경쟁력의 원천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래서 전문지식으로 무장한 이공계 출신의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중국은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전원이 이공계 출신이다. 현재 국내 10대 그룹 임원 중 53%, CEO 중 30% 이상이 이공계 출신이다. 한국 대표기업인 삼성전자는 윤종용 회장을 필두로 핵심 경영진이 대부분 이공계 출신이다.

 반면 한국은 지금 젊은이들의 이공계 기피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수능때만 되면 수십대 일의 경쟁률을 자랑하는 인문계와 달리 이공계는 어김없이 정원미달 사태를 빚는다. 이공계 진학생은 물론 졸업생까지 행시·사시 등의 고시에 몰두하고 있다. R&D의 중추인 과학기술인들마저 하나둘씩 현장을 떠나고 있다.

 공직사회는 더욱 심각하다. 이공계 출신들은 그저 ‘영원한 마이너’로 통한다. 작년말 현재 중앙부처 공무원 중 기술직은 고작 24.7%. 고위직으로 갈수록 상황은 악화돼 3급 24.0%, 2급 18.2%다. 1급은 단 9.7%에 불과하다.

 행정 전문가들은 세상이 급변하고 있는 반면 공직 패러다임은 수십년째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며 기술직들이 행정부 내에서 제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황윤원 한국행정연구원장은 “인구의 거의 반은 여성이고 이공계 출신인데 정부부처만 유독 이공계가 적은 것은 어떤 이유로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이공계 볼모지인 정부조직의 개혁 필요성을 강조했다.

 편중된 공직구조로 인한 부작용도 만만찮다. 감사원은 지난해 6월부터 9월까지 ‘전자정부구현사업’에 대한 감사결과 “정보화사업을 담당하는 인력의 전문성 결여 및 인력 부족으로 시스템의 부실 구축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갈수록 전문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공직자의 전문성 결여가 국가 주요정책에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젊은이들 사이에 만연된 이공계 기피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이공계의 공직확대는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민구 서울대 공대 학장은 “이공계생이 굳이 행시나 사시에 매달리지 않고도 공직에 진출해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고 말한다.

 과학기술출연연구기관장협의회는 30일 이공계 공직진출 확대방안을 적극 추진해 달라는 내용의 공동 건의문을 청와대·국회·행정자치부·지방분권혁신위원회를 비롯한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의원 전원에게 보냈다. 이 건의문에서 출연연기관장협의회는 “과학기술중심사회 구축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발전의 필수조건”이라며 “이를 위해서라도 이공계 공직진출 확대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