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KTF의 2분기 실적발표에 대한 시장반응이 전날 LG텔레콤과 마찬가지로 무덤덤하게 그치면서 통신업종 실적모멘텀이 출발선부터 실종될 위기에 빠졌다. 그나마 31일 SK텔레콤이 시장예상을 충족시키는 어닝서프라이즈 수준의 실적을 내놓을 것이란 기대감이 형성돼 있지만 이마저 그만 저만한 영향력에 그쳐버린다면 통신업종 2분기 실적약효는 그간 예상과는 달리 ‘신기루’에 그칠 공산이 커지게 됐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난 1분기와 달리 선후발 업체간 분기 실적발표 순서가 뒤바뀐 것에도 어느 정도 원인이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KT와 SK텔레콤 등 양호하거나 안정적인 선발업체의 실적이 먼저 터져줌으로써 일으키는 상승효과가 이번에는 하나로통신의 예상실적 발표와 LG텔레콤의 출발로 상당부분 희석될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또 KTF의 경우도 분기 중간중간 양호한 실적호조세를 뒷받침하는 회사측 발표가 나옴에 따라 시장의 기대 수준은 1분기보다 훨씬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2분기 실적수치는 사실을 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분석이다.
◇SK텔레콤 실적이 고비=어느 때나 마찬가지로 SK텔레콤의 실적은 통신업종 전체의 ‘어닝 분위기’를 대변할 만큼 큰 파장력을 가졌다. 이번에도 SK텔레콤의 실적은 통신주에 대한 투자자의 시각을 계속 냉랭한 분위기로 이끄느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느냐의 중대한 갈림길로 작용할 전망이다.
LG투자증권 정승교 연구원은 “LG텔레콤과 KTF의 두자릿수 영업이익 증가율이 2∼3%의 취약한 매출증가율에 기반을 두고 있는 반면, SK텔레콤은 매출 역시 두자릿수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게 가장 큰 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SK텔레콤이 통신주 중 가장 양호한 실적을 보여줄 것은 물론 연초부터 누차 지적돼 온 SK텔레콤을 한 축으로 하고 KTF·LG텔레콤을 다른 축으로 한 양측의 ‘펀더멘털 갭’이 더욱 확연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SK텔레콤이 양호한 실적수치 만큼 주가영향을 받지는 못할 것이란 비관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포스코와 관련된 SK그룹의 리스크가 다시 불거지고 있는 데다 한 증권사가 ‘SK텔레콤에서 KT로 갈아타라’는 통신업종 투자의견을 제시한 것도 이같은 시각에 힘을 더하고 있는 분위기다.
◇유선부문은 실적보다 LG사업 재편이 더 큰 영향력=사실상 KT를 위시한 유선통신사업자의 실적은 매번 비슷한 추세를 벗어나기 힘들다. 매출 증가세는 둔화되고 비용절감에 따른 수익성 등락이 이를 설명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LG그룹의 초고속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통신사업 통합전략이라는 중대한 변수가 앞에 놓여있는 상황이다.
정 연구원은 “하나로통신의 LG편입이 주총에서 유상증자안 통과로 확정되면 이미 예측 발표된 하나로통신의 영업이익 개선추세는 3분기에 더욱 뚜렷해지고 나아가 호전강도도 강력해지는 계기를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나로통신을 축으로 한 2강의 성립이 KT에도 정부규제 완화, 초고속인터넷시장 출혈경쟁 지양이라는 측면에서 실적 긍정요인을 분명히 갖고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