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할인점·편의점 등 전통적인 유통 매장이 휴대폰 결제, 전자펜 서명, 바이오 결제 등 최첨단 결제서비스의 경연장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실제 이용빈도는 극히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들 결제 서비스가 외면을 받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관련 인프라의 취약과 홍보부족에 따른 고객 외면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유통업계가 서비스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서둘러 도입했던 이들 IT기반 첨단서비스는 미래를 예약하는 ‘테스트베드’ 차원에 머무르고 있다.
◇첨단 결제 서비스 도입 ‘러시’=한화유통은 지난달 SK텔레콤과 제휴해 갤러리아 수원점을 시작으로 휴대폰 결제 시스템 ‘모네타’를 도입했다. 또 매장 곳곳에 중계기(리시버)를 설치해 굳이 계산대에 가지 않고도 실시간으로 결제가 가능한 무선결제 서비스도 시작했다. 신세계 이마트도 신용카드로 결제할 때 전자펜으로 서명하는 ‘전자서명제도’를 실시 중이다. LG유통도 지난 4월부터 30개 직영 편의점을 중심으로 모네타 서비스를 시작한 데 이어 할인점 LG마트는 지문을 이용한 바이오 결제 시스템을 도입해 주목을 받았다. LG유통은 송파점에 이어 시화점과 덕소점으로 이를 확대키로 했다. 이밖에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8월부터 SK텔레콤·KTF와 공동으로 휴대폰 결제 서비스를 도입해 서비스 중이다.
이와함께 이달부터는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가 KTF와 손잡고 휴대폰으로 신용카드 결제가 가능한 ‘케이머스’ 서비스를 시작한다. 롯데는 백화점과 마트에 이어 편의점 세븐일레븐과 롯데리아 등 계열사로 이를 확대할 방침이지만 성과는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이용률 극히 ‘저조’=유통업체가 첨단 결제 서비스를 도입하는 데는 결제시간을 단축해 서비스의 수준을 높이고 매장 인원을 줄여 보자는 계산이 깔려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결제 시스템은 매장 내 ‘애물단지’로 전락한 지 오래다. 인지도가 크게 떨어지고 서비스를 받을 만한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 본점 휴대폰 결제 서비스는 시작한 지 벌써 1년이 넘었지만 이용률이 한 달에 1, 2건에 불과하다. 현대백화점 측은 “매장 직원조차도 결제 시스템을 액세서리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똑같은 서비스를 지난 4월 오픈한 LG유통 편의점도 상황은 비슷하다. LG마트 지문 시스템은 서비스 두 달째지만 거래 규모가 1000만원을 넘지 못한다. LG마트에서 하루 평균 올리는 매출은 3억∼5억원에 비하면 극히 저조한 실적이다. 그나마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은 이마트의 전자서명제도와 현대백화점의 무선결제 서비스 ‘줍’ 정도다.
◇활성화 ‘속수무책’=서비스 활성화는 공감하지만 뾰족한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효과는 인정하겠지만 브랜드 인지도·단말기 등 인프라가 기대에 크게 못 미치기 때문이다. 모바일 서비스의 경우 이를 지원하는 단말기 보급 대수가 턱없이 부족할 뿐 더러 결제 가능한 신용카드 역시 제한적이다. 지문 등 바이오 결제 역시 특정 신용카드만 지원해 고객은 따로 카드에 가입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정작 서비스 당사자인 통신사업자와 신용카드사는 2, 3년 뒤를 바라보고 시작한 사업이라는 이유로 적극적인 프로모션에 나서지 않아 유통업체의 애를 태우고 있다. 현대백화점 김종순 상무는 “첨단 결제 시스템은 카드가 필요 없고 결제시간이 단축되는 등 여러 가지 장점이 많다. 하지만 사업자와 시스템 업체가 무조건 인프라만 구축하면 된다는 생각보다는 현 수준에서 단계적으로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지 않는 한 인프라가 갖춰지더라고 서비스 이용률은 지금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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