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이 걸림돌?’
국내에서 막강한 시장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글로벌 IT기업들이 유독 인터넷서비스 분야에서 만큼은 맥을 못추고 있다. 세계 최강 포털을 자랑하는 야후는 국내에서는 3위 지키기에도 급급한 상황이며 MSN도 메신저서비스 이외에는 좀처럼 뚜렷한 히트상품이 없어 고민 중이다. 세계 순위가 곧바로 국내 순위로 정착되는 서버·SW 등 여타 분야와는 달리 역동적인 한국의 인터넷시장에서는 글로벌이라는 타이틀이 오히려 발빠른 변신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위상 낮아지는 글로벌 포털=올 상반기 최대 실적을 올린 메이저 포털들이 환호하고 있는 사이 글로벌 포털은 한쪽 구석에서 부러운 눈길만 보내야 했다. 야후코리아와 MSN코리아 역시 올 상반기 인터넷시장의 활황에 따라 나쁘지 않은 실적을 거뒀지만 토종 포털들의 선전 앞에는 명함을 내밀지 못하고 있다. MSN코리아 이구환 이사는 “상반기 목표치에 도달했지만 국내 포털의 실적과 비교하면 그저 부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포털의 한국 내 위상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한때 한국 포털시장을 장악할 것으로 예상됐던 야후와 MSN코리아는 막강한 자금력과 브랜드 인지도를 등에 업고도 토종 포털에 밀려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야후는 브랜드면에서는 여전히 높은 인지도를 자랑하고 있지만 전체 포털 순위에서는 3위로 밀려났다. 다음에 선두를 내준 뒤 지난해 말에는 최강을 자랑해온 검색에서조차 NHN에 덜미를 잡혔다. 게다가 다음은 검색에서도 야후를 앞지르겠다고 벼르고 있으며 네이트닷컴·하나포스닷컴·엠파스 등 이전에는 경쟁상대가 아니었던 포털들까지 1년 내 빅3에 진입하겠다며 야후를 희생양으로 꼽고 있는 상황이다. 야후의 한 관계자는 “위협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야후 서비스에 대한 사용자 로열티는 아직 높다”며 애써 위로했다.
MSN 역시 랭키닷컴 기준 커뮤니티 포털 가운데 다음·드림위즈·세이클럽에 뒤진 4위에 머물고 있으며 전체 사이트 순위에는 10위권 내에도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하루 600만명의 로그인을 자랑하는 MSN메신저를 갖고 있으면서도 정작 수익모델이나 MSN사이트 자체의 트래픽은 획기적으로 좋아지지 않고 있어 고민이다. 6월 말 4.94%였던 MSN코리아의 커뮤니티 분야 점유율은 한달만인 7월 말에는 되레 4.54%로 떨어졌다.
◇본사 중심 모델, 느린 의사결정=글로벌 메가 포털이 이처럼 국내에서 고전하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글로벌 기업이라는 점 때문이다.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 본사 중심으로 전략을 펴다보니 해당지역에 들어맞는 정책과 서비스를 독자적으로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다. 당연히 가장 빠르게 변화하는 한국시장에서 신규 서비스가 늦어지고 전략수립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경쟁포털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이 인터넷에서는 결코 장점이 될 수 없다”며 “야후가 일본에서 성공한 것은 현지 파트너를 통했기 때문이며 야후코리아가 한국에서 지금과 같이 버티고 있는 것은 오히려 대단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는 서비스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지난 6월 클럽서비스와 지식검색서비스를 시작한 야후의 행보는 한마디로 뒷북에 해당한다. 지식검색은 네이버보다 8개월이나 늦은 것이며 클럽서비스는 다음에 비해 무려 4년이나 뒤진다. 실제 랭키닷컴의 집계에 따르면 다음과 네이버, 야후의 7월(26일까지 집계) 하루 평균 페이지뷰는 다음과 네이버가 200만∼500만회 늘어난 반면 야후는 170만회가량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 시작한 클럽서비스와 지식검색이 야후의 트래픽에 별다른 임팩트를 주지 못한 것이다. MSN의 경우도 핫메일이라는 막강한 메일서비스를 갖고 있었지만 다음이 무료 한메일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만년 2인자에 머물고 있다. 더욱이 앞으로도 이같은 구도가 뒤집어질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 이들 글로벌 포털의 고민이다. 야후는 1000억원 이상의 투자 여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전략적인 판단을 내리는 데는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그나마 트래픽을 빼앗기지 않기 위한 수성전략에 급급해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포털 반면교사로 삼아야=글로벌 포털의 이같은 고전은 현재 해외진출을 고려하고 있는 국내 포털에도 좋은 시사점을 준다. 한국에서 성공한 모델과 브랜드만을 믿고 다른 나라 시장에 진출할 경우 똑같은 상황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네이버·네오위즈 등 지난 몇년간 해외사업을 추진해온 국내 업체들은 모두 이같은 점을 공감하고 있다.
다음 이재웅 사장은 “글로벌 포털들이 국내에서 맞닥뜨린 상황은 해외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국내 메이저 포털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며 “철저히 현지에 맞는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직접 진출해 한국적 모델과 브랜드가 통할 수 있는 곳, 현지 파트너와의 제휴를 통해 진출할 곳, 아예 현지 M&A나 지분투자를 통해 추진할 곳 등으로 나누고 해당지역에 맞는 서비스 전략을 별도로 수립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포털사이트 하루평균 페이지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