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상사가 인터넷쇼핑몰을 통해 판매되고 있는 자사 컴퓨터주변기기 제품에서 ‘LG’ 표기를 삭제해줄 것을 요구해 유통업계가 혼선을 빚고 있다.
31일 LG상사와 이 회사의 주변기기 협력회사인 로직스컴퓨터는 전국 인터넷쇼핑몰에 보낸 공문을 통해 키보드·마우스 등 자사 제품 표기에서 사용했던 ‘LG’ 표식을 제외해줄 것을 요구했다. LG상사와 로직스컴퓨터는 지난해 초부터 주변기기사업을 공동 전개해 왔으며 LG상사가 제품 공급을, 로직스컴퓨터가 판매를 맡아왔다. 두 회사는 그동안 마우스, 키보드 등 취급제품에 ‘LG상사’라는 회사명을 사용했으며 유통시장에서는 이들 제품이 흔히 LG 마우스, LG 키보드로 통용돼왔다.
사건의 발단은 LG그룹이 지주회사인 (주)LG 출범 이후 브랜드 이미지를 강조하는 등 내부 단속을 강화하면서 ‘LG’ 표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양사는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쇼핑몰에서 사용하는 ‘LG’라는 표현을 제외할 것을 요구했다. 또 내달 말까지 주변기기에 사용할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 주변기기에 적용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유통업계에서는 LG상사측의 이번 조치가 제품판매에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시장에 유통되는 제품에 엄연히 LG상사라는 상호가 새겨져 있는 상황에서 ‘LG’를 빼면 결국 브랜드 없는 제품이 되고 만다는 주장이다. 또 패키징이나 브랜드의 수정없이 쇼핑몰에서만 표기를 바꾸는 조치도 앞뒤가 뒤바뀌었다는 것이다.
유통업체의 한 관계자는 “브랜드나 패키징의 수정없이 제품표기 변경을 요구해 유통업체나 소비자 모두 혼란을 겪고 있다”며 “이 때문에 최근 관련제품 판매가 급감해 관련 유통업체들의 반발도 우려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LG상사 측은 “상당수 쇼핑몰이 주변기기의 상품 브랜드로 ‘LG’를 사용하면서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어 표기변경을 요청했다”며 “하지만 공급원으로 LG상사를 표기하는 것은 여전히 무방하다”고 말했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