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전기환(여행작가)
#한국 돌 조각의 멋을 찾아
세중돌박물관은 주말을 이용해 아이들과 함께 여행하기 좋은 곳이다. 도시생활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돌조각을 활용한 선조들의 지혜를 들려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통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곳에서는 과거 우리 생활 속에서 사용되던 돌로 만든 조각품을 전시하고 있는데 전시를 위한 작품들이 아니라 생활에서 흔히 사용되던 것들을 수집해 놓은 것이어서 이채롭다.
경기도 용인시 양지리, 유난히 숲이 우거진 야산에 이색박물관이 자리잡고 있다. 예전 같으면 쳐다보지도 않을 흔한 돌 조각에서부터 사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불탑·불상들, 나아가 절구·디딜방아·남근석·벅수상까지 과거를 회상하게 하는 돌로 만든 작품들이 야트막한 산비탈 여기저기에 흩어져 나들이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정식 명칭은 ‘세중옛돌박물관’.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돌로 만든 각종 조각품을 실물 전시해 어린 시절을 회상하게 하는 향수는 물론 문화의 향기마저 깃든 이색박물관이다. 무엇보다 이곳이 친숙한 것은 전시물들을 버려 둔 것처럼 산과 정원 여기저기에 별도의 테마를 두고 전시했다는 점이다. 산책 삼아 옮겨다니며 작품들을 감상하다 보면 절로 운동이 된다.
야외전시장이 갖는 매력은 입구에서부터 쉽게 느낄 수 있다. 차를 세우고 매표소를 지나자마자 오른쪽으로 장승들이 앞을 딱 가로막는다. 솟대를 비롯해 다양한 형태의 나무 장승이 산을 호위하듯 관광객을 맞는다.
다음은 벅수관. 벅수는 장승의 다른 말로 역시 잡귀를 막아 마을을 수호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 형태는 돌과 나무 등 다양하다. 박물관 초입에 장승과 벅수를 배치한 것도 이런 민간신앙에 기초한 것이다. 해맑게 웃고 있는 모습에서부터 잔뜩 찌푸린 얼굴 등 다양한 얼굴 모양은 인간사의 모든 감정을 농축해 놓은 듯해 일명 희로애락의 언덕이라 부르기도 한다.
줄을 지어 선 돌 조각들은 때로 음산한 분위기를 느끼게도 하고 배꼽이 빠질 정도로 웃음을 자아내는 것도 있다. 그 모양이 각양각색이며 높이도 제각각이다.
희로애락의 언덕 맞은편 사대부묘관에서는 우리나라 사대부 집안의 묘 양식을 잘 살펴볼 수 있다. 조선시대 양반집 가문묘에서나 볼 수 있는 문인석·무인석 등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데 그 표정이 너무나 엄숙하다. 날씨가 흐릴 때면 전쟁에 나서는 군인들처럼 한층 고조된 긴장감이 감돈다.
계속 산을 오르면 석인관·제주도관·생활유물관·동자관·민소관·불교관 등으로 테마전시가 이어진다. 야트막한 산비탈에 산을 해치지 않고 그 모양과 멋을 그대로 살려 작품들을 배치한 것이 돋보인다.
휴게실 맞은편에 자리잡고 있는 생활유물관은 그야말로 우리 생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절구·디딜방아·맷돌 등 유물이 전시돼 있어 눈길을 끈다. 또 민속관은 우리나라 전통민속신앙과 관련된 것들을 모아놓은 곳인데 남근석·신당·민불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 박물관은 설립자 천신일씨가 20여년 전부터 해외로 밀반출되는 석물들을 보존하려는 취지에서 사제를 털어 모아온 것을 한 자리에 전시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지난 20여년 동안 그 수가 무려 1만여점에 이르게 됐다.
◇여행 메모
▲교통=영동고속도로 양지나들목에서 나와 고가도로에서 우회전, 곧장 직진하다. 양지사거리에서 다시 우회전 아시아나골프장 방향으로 달리면 박물관 이정표를 발견할 수 있다. 양지나들목에서 20여분 소요된다.
▲관람 정보=연중무휴/개관시간 09:00∼18:00/입장료 일반 5000원, 청소년 3000원/문의 (031)321-7001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