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트라’와 ‘리니지2’ 등 최근 오픈한 풀 3D 온라인 롤플레잉게임의 인기가 대단하다. 지난 5월 말 오픈한 ‘탄트라’의 경우 첫날에만 무려 7만명이 넘는 유저가 동시에 몰리면서 서버가 다운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역시 지난달 9일 오픈한 ‘리니지2’는 벌써 두 차례에 걸쳐 서버를 증설,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을 총 9만6000명 수준으로 늘렸음에도 유저들이 폭주해 아직도 접속이 힘든 상태다.
그러나 이같은 오픈베타 게임들이 초기 인기와는 달리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유저가 줄어들고 있다. 이는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다. 그렇지만 새로 시작하는 초보 유저들로 들끓어야 할 초보존마저 텅 비어버리는 현상이 자주 목격된다는 점에서는 게임업체도 걱정이 많다.
온라인게임의 생명력은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를 통해 게임의 완성도를 높여나가는 것. 이를 위해서는 고레벨에서부터 새로 시작하는 초보유저들까지 다양한 계층의 유저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최근 보여지고 있는 현상은 게임 자체가 일부 고레벨들만이 존재하는 기형적인 형태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기에 충분하다.
물론 이같은 현상의 배경에는 새로운 게임을 찾아 떠돌아다니는 일명 ‘오픈베타족’들이 많은 까닭도 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대다수의 게임들이 충분한 준비를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오픈베타 서비스에 나서다보니 유저들을 끌어들일 만큼 충분한 기능을 구현하지 못한 채 서비스를 지속하고 있다는 데 있다.
잦은 렉과 서버 다운으로 인한 경험치와 아이템의 손실, 채 구현되지 않은 기능으로 나타나는 밸런싱 문제, 협소한 사냥터로 인해 날로 치열해지는 몹(MOB) 차지 경쟁 등 다양한 문제에 지칠대로 지친 유저들이 하나둘씩 게임을 떠나고 있다. 뿐만 아니다. 이같은 현상이 입소문으로 번지면서 신규 유저의 유입도 가로막고 있다.
물론 어떤 상황에서나 항상 불만을 품을 수밖에 없는 유저들의 요구를 일일이 들어주거나 유저들의 입맛에 맞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기존에 설정한 게임의 방향을 뒤흔들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지만 최소한 상용화를 생각하기 이전에 유저들에 대한 배려가 선행돼야만 유저들로부터 지속적인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온라인게임은 개발사가 전체적인 구도를 잡아 스케치하고 초벌을 입힌 후에 유저들과 함께 서서히 덧칠하면서 완성시키는 작업을 반복해야 하는 ‘수채화’와도 같은 게임이다. 약하게나마 그림 전체에 색칠을 하고 이것이 마른 다음에 다시 덧칠을 하는 과정을 수차례 반복하며 완성해 나가야 한다. 자칫 빨리 그려서 팔아야겠다는 생각에 먼저 칠한 부분이 마르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덧칠을 하거나 부분별로 하나하나 완성시키면 그림을 망치기 십상이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