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애니메이션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최고 역작 ‘모노노케 히메(원령공주)’가 DVD로 출시된다.
얼마 전 국내에 개봉됐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디딤돌이 된 작품이기도 한 ‘모노노케…’는 일본 개봉 당시 142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경이적인 흥행기록을 수립했다.
작품의 배경은 일본의 혼란기인 무로마치 막부 시대. 이 시기에는 자연과 신, 인간이 동등한 위치로서 서로 상부상조하는 관계다. 산속에 부락을 이루고 살아가는 에미시족의 소년 ‘아시타카’는 나물을 캐러 숲속에 들어갔다가 멧돼지 재앙신에게 쫓기게 된 마을 소녀들을 구하기 위해 이를 죽이는 바람에 몸이 조금씩 썩어들어가는 저주를 받는다. 아시타카는 저주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연신인 시시가미를 찾아 여행길에 나선다. 여행중에 아사타카는 들개신에 의해 길러진 ‘산’이란 여인을 만난다. 산은 인간들에게 강한 적대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아시타카를 만나면서 차츰 야수와 같던 마음을 열게 된다. 그러나 아시타카의 중재에도 불구하고 산은 들개신을 공격하고, 자연을 파괴하는 에보시와 화해하지 않은 채 싸움을 계속한다.
‘모노노케…’는 내용면에서 ‘자연과 인간의 싸움’을 주제로 하고 있다. 숲과 산을 짓밟아 터전을 넓히려는 인간들과 그들의 야욕에 분노의 재앙신으로 변한 멧돼지를 비롯한 대자연과의 처절한 사투를 그리고 있다. 그리고 그 전쟁의 중심에는 자연의 편에 선 ‘원령공주’ 산과 그녀의 목숨을 구해 숲으로 들어온 ‘아시타카’가 있다.
하지만 이 작품에 전반적으로 흐르는 것은 인간과 자연의 화해다. 하야오는 이 영화에서처럼 아시타카와 산의 화해를 통해 자연과 신, 인간이 일체가 되었을 때를 가장 이상적인 상태로 바라보긴하지만 인간 본성의 일부인 폭력성 또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자연의 일부임을 놓치지 않았다.
이와 같은 인간과 자연의 공존은 하야오의 초기 극장용 장편 데뷔작 ‘바람계속의 나우시카’ ‘천공의 성 라퓨타’ ‘이웃집 토토로’ 등에 면면이 흐르는 작품의 주제다.
하야오는 우리에게 낮익은 TV용 애니메이션 ‘미래소년 코난’의 연출을 맡으면서 본격적인 애니메이션 감독으로서 첫발을 내디뎠다. 이어 ‘바람계곡의 나우시카’(84년)를 시작으로 ‘천공의 성 라퓨타’(86년) ‘유천 이야기’(87년) ‘이웃집 토토로’(88년) ‘붉은 돼지’(92년) 등의 빼어난 극장용 애니메이션 작품들을 만들면서 세계 최고의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자리를 굳혔다.
하야오와 늘 함께 한 영화음악가 히사이시 조의 음악도 애니메이션의 빼놓을 수 없는 부분. 타악기를 위주로 한 배경음악은 원시부족사회의 특징을 잘 표현한다. 전투장면에서는 빠른 템포로, 자연신에 경도되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온화한 템포로 연주되어 영화 감상의 몰입에 지대한 도움을 준다.
한편 이번 DVD 스페셜 피처에는 작품의 주요 장면을 캡처한 장면과 함께 감독을 비롯한 스태프의 인터뷰를 싣고 있어 작품의 소장가치를 더욱 높였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