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팝, 이탈리아의 칸초네, 프랑스의 샹송, 일본의 제이팝처럼 한국 하면 떠오르는 음악을 만들어 해외에 소개하고 싶습니다.”
지난 3월 국내 IT업체인 엠맥을 떠나 소니뮤직코리아의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양범준 사장(40)은 세계 최대의 음원을 가진 소니뮤직을 기반으로 다양한 음악을 국내에 소개하고 또 우리 음악을 세계적인 상품으로 키우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양 사장은 CEO로 부임하자마자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국내 음반시장이 침체된 탓도 있지만 우리 음악의 세계화에 대한 가능성을 내다봤기 때문이다.
양 사장은 첫 프로젝트로 YBM서울음반과 공동으로 발라드 가수 이수영의 일본·대만·홍콩 등 아시아 진출을 추진 중이다.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보아’처럼 이수영을 세계적인 가수로 키워 아시아에서 불고 있는 한류열풍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이수영의 경우 이미 일본·대만 등지에서 그의 음악성이 인정받고 있는 만큼 성공 가능성이 크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그는 이수영의 뒤를 이을 신인가수 발굴에도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 11월 가칭 ‘글로벌아티스트오디션’을 열어 세계적인 가수로 키울 인재를 선발할 예정이다. 이렇게 선발한 신인가수를 세계 각 국에 있는 소니뮤직 지사를 활용해 글로벌 가수로 키운다는 게 그의 계획이다.
양 사장은 줄곧 IT기업에서 일해온 경험을 접목시키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인터넷과 모바일 등 IT가 발전하면서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음원 판매가 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
5.1채널의 홈시어터가 가정에 속속 도입되면서 콘서트를 듣는 것처럼 현장감을 느낄 수 있는 슈퍼CD의 보급을 늘린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그는 새 음반 발매를 결정할 때는 음반산업의 성격상 감각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주로 직원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
“제 음악 경험은 일천하지만 대부분의 직원은 음반 관련 일을 오랫동안 해온 전문가기 때문에 도움을 많이 받습니다.”
그가 사장실을 개방, 직원들이 자유롭게 드나들며 얘기를 건네도록 한 것도 전문가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다. 그래야만 음반시장의 트렌드와 전망을 제대로 예측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양 사장은 요즘 국내 음반제작사·가수들과 함께 인터넷 스트리밍 사이트의 불법음원 사용으로 인해 음반시장이 어려움에 처한 현실을 알리는 데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사전승인 없이 음원을 사용하는 것은 마치 기업의 기술이나 책을 도용해 이를 멋대로 사용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아울러 해외에 진출할 우리 가수의 보호를 위해서라도 음원 보호는 지켜져야 합니다.”
벅스뮤직 같은 스트리밍 사이트가 음반업체의 사전승인 없이 음원을 맘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음반판매량이 크게 줄고 나아가 창작 의욕마저 꺾이고 있다는 데 그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양 사장은 끝으로 “앞으로 좋은 음악을 찾아내 소개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음악팬들도 국내 음반시장의 앞날을 위해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를 이용하는 일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