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전지 개발 없이 전기차가 달릴까?"

 “자동차 생산능력은 세계 5위지만 차세대 자동차로 떠오르고 있는 전기자동차용 연료전지 개발은 거의 전무하다.”

 연구 풍토마저 제대로 조성되지 않은 국내 자동차용 연료전지 산업환경에 대한 연구계와 산업계의 자조섞인 목소리다. 국내 자동차용 연료전지 관련 산업화를 위한 연구개발은 현대자동차를 제외하고는 거의 전무해 이미 상용화를 추진중인 미국·일본·유럽연합(EU) 등 각국의 완성차업체들에 비해 크게 뒤져있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현대자동차는 미국 UTC로부터 연료전지를 수입해 자동차에 장착하는 조기실용화 방안과 직접 연료전지를 개발해 탑재하는 국산화 방안을 병행하고 있으나 아직 일본·미국·유럽 등 선진국의 자동차업체에 비해 기술격차가 5년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자동차용 연료전지 개발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일본은 이미 연료전지로 구동되는 자동차 개발에 성공, 고이즈미 총리를 비롯해 경제산업장관·국토교통장관·환경장관 등이 공식차량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미국은 GM·포드·다임러크라이슬러 등이 연료전지를 동력원으로 하는 자동차 개발에 성공했으며, 에너지부를 주축으로 연료전지 자동차 개발 및 수소공급 인프라 기술 개발을 중심으로 하는 ‘프리덤 카(Freedom CAR)’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특히 연료전지 자동차 개발에만 전체 예산의 45%를 배정할 정도로 미국은 전기자동차용 연료전지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2002년부터 2007년까지 ‘제6차 프레임워크’ 프로그램 아래 미국·일본 등과 비슷한 연료전지자동차 개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중국도 향후 5년 동안 연 10억위안(1400억원)을 투입해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 연료전지자동차를 선보인다는 야심찬 ‘863 계획’을 진행중이다.

 이처럼 대부분의 선진국가들이 정부차원에서 자동차용 연료전지 개발을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처럼 국내에서도 정부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환경친화적 자동차 개발 및 보급 촉진법’을 조속히 입법화, 친환경적인 연료전지 개발 보급에 관한 장단기 계획을 수립하고 친환경 자동차 보급과 세제지원 등 과감한 유인책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KIST의 오인환 박사는 “전기자동차는 2010년경이면 우리 생활에 밀접하게 파고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현재의 위치를 고수하거나 한 단계 발전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노력도 필요하다”며 “하지만 핵심부품인 연료전지의 연구개발에 막대한 자금과 기술력이 필요한 만큼 정부차원의 지원이 그 어느 산업 못지 않게 절실하다”고 말했다.

<박지환기자 daeba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