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영화의 대명사인 박신양과 발랄한 엽기걸 전지현이 파란색 ‘4인용 식탁’에 마주 앉았다.
8일 개봉하는 이수연 감독의 감성 미스터리 영화 ‘4인용 식탁(제작 영화사봄·싸이더스HQ)’에서 남녀 주인공은 맡은 두 사람의 만남은 지난 98년 개봉한 영화 ‘화이트 발렌타인’ 이후 5년 만이다.
그러나 이들의 만남은 전혀 행복하지 않다. 가족과 행복한 일상을 상징하는 ‘식탁’을 마주하고 앉았지만 이들은 외로움에 지친 여자이고 공포에 찌든 남자다.
‘정원(박신양)’은 어느날 갑자기 귀신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일상이 공포로 변해 버린다. 사랑하는 여자와 결혼을 앞두고 있지만 ‘연(전지현)’이라는 여인이 자신의 일상으로 들어와 버린 공포의 비밀을 밝혀줄 것이라 믿고 그녀를 쫒는다.
연은 자꾸만 다른 사람의 과거가 보이는 괴상한 능력 때문에 외부와 단절한 채 혼자 살아가는 외로운 여인. 자신의 말을 믿어주는 유일한 남자인 정원을 만나면서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의 과거를 보게 되면서 또다시 두려움에 휩싸인다.
영화 4인용 식탁은 바로 항상 편안해야 할 가족과 일상이 공포인 남녀의 내면세계를 보여주는 ‘감성 미스터리 영화’다. 익숙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공포와 인간관계에서 비롯되는 상처와 외로움, 디테일한 감성을 복합적으로 보여준다.
이 영화는 믿고 싶은 것만을 믿고 그렇지 못한 진실은 외면해 버리는 현대인들의 초상을 그대로 투영한 작품이다.
“사람들이 원해서 진실을 말해줬을 뿐인데 믿어주지를 않는다. 결국 감당할 수 있는 것만 믿는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 다 위선이고 거짓말이다.”
절규하는 ‘연’의 독백에서도 그대로 묻어난다.
특히 이 영화에서 대한민국 대표 엽기걸인 전지현은 그동안 보여준 발랄하고 귀여운 모습에서 완전히 탈피해 창백하고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진 모습에 목소리까지도 음산할 정도로 낮은 신비녀로 변신한다.
그녀가 맡은 ‘연’은 외로움이 깊어지면 대로에서 자신도 모르게 잠이 들어 버리는 희귀병인 ‘기면증’ 환자. 하지만 단순히 외로운 여인이라기보다는 뭔가 모를 비밀과 미스터리를 품고 살아가는 여인이라 공포스러운 느낌마저 든다. 뭔가를 의미하기라도 하듯한 섬뜻한 시선은 그녀에게 커다란 비밀이 있다는 사실을 암시해주기도 한다.
이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그녀는 독한 파마약으로 두 번이나 머리를 했고 화장도 안한 맨얼굴로 촬영에 임했으며 목소리 톤을 낮추기 위해 치열한 발성연습까지도 불사했다. 그렇지만 진정한 미인은 화장을 안한 모습이 더욱 아름다운 법. 이런 모습조차도 그녀의 자연스럽고도 청순한 외모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그녀의 연기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될 영화 ‘4인용 식탁’을 통해 올 여름에 또다시 전지현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