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초대석]이승희 청소년보호위원장

 청소년 유해환경이 유독 심각한 한국사회에서 청소년 보호라는 막중한 책임을 떠맡은 이승희 청소년보호위원장(47)은 어깨가 무겁기만 하다.

 “요즘 사이버상의 청소년 유해정보 실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아십니까. 인터넷 커뮤니티와 P2P 사이트에서 유통되고 있는 유해정보는 어른들의 상상을 초월합니다. 청소년들의 정신이 썩어가는데 이걸 좌시해서야 되겠습니까.”

 지난 31일 청보위가 발표한 유해정보 실태조사 결과는 실로 엄청났다. 호기심이 넘쳐나는 시기, 인터넷에 능숙한 청소년들이 그런 사이트에 한번쯤 들어가는 것은 일도 아니다. 불량한 아이들이나 그런 걸 찾겠지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그는 앞으로 인터넷업체들의 무책임한 운영실태를 두고 보지만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낸다. 우선 파일용량 제한, 성인인증제 도입, 게시판 운영자 실명공개, 청소년보호담당자지정 법제화 등 다각적인 대책을 도입할 계획이다. 감시감독활동에 대한 발상을 180도 전환, 최소 1만명 이상의 어머니들을 모집해 ‘인터넷어머니파파라치단’을 구성한다는 복안도 세웠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이같은 임기응변식 대응으로는 급변하는 사이버 환경 속에서 우리 청소년들을 지킬 수 없다고 말한다. 정책적·제도적 뒷받침을 통해 거시적인 정책이 수립되지 않는다면 청소년 보호는 요원하다는 것이다.

 “현재 청소년 보호육성 업무는 교육부·행자부·문화부·정통부·노동부 등 여러 부처에 분산돼 있는데 어떤 부처든 청소년 관련 업무는 뒷전입니다. 위원회에서 아무리 강력추진을 외쳐도 전혀 힘이 없어요. 국무총리실 산하에 있는 청소년보호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조직으로 승급시켜야 한다고 봅니다.”

 이 위원장의 일성이 조직위상 강화를 요구하는 여느 기관장의 판에 박힌 말과 다르게 들리는 것은 청소년 보호라는 대의가 우리에게 너무도 중요하고 시급하기 때문일 것이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