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보다 덩치 큰 기업만 인수해 성장해온 기업, 돈 되는 일이라면 업종 구분없이 뛰어드는 기업, 국내 소비만 부추기는 기업….’
이런 말을 떠올린다면 아마 국내 대표적 통신사업자인 SK텔레콤이 뜨끔할지 모르겠다. 전신인 대한이동통신시절부터 국내 통신시장의 아성으로 성장하기까지 SK텔레콤이 떨쳐내지 못한 부정적인 이미지다.
KT는 어떨까. 지난해 민영기업으로 변신한 뒤 KT는 공기업의 색깔을 씻으려고 무던히 애써왔으나 수십년간 굳어진 ‘통신공룡’의 인상은 좀체 변하지 않는다. 연이은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내 최대 규모의 조직에다 시골의 전신주까지도 관리해야 하는 방대한 사업구조 탓이다.
이러한 통신업체들이 최근 ‘도덕과 윤리’를 앞세운 경영철학을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KT나 SK텔레콤 같은 지배적 사업자들은 시장독점적 지위에 대한 따가운 시선을 피하고 후발사업자들은 뒤처진 기업이미지를 개선해 경쟁력있는 서비스 회사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다.
SK텔레콤 표문수 사장은 지난달 11일 산업의 융복합화 추세와 사회문화 패러다임의 변화를 반영한 기업혁신 전략을 발표했다. 변화관리·구조조정·수종사업발굴 등 굵직굵직한 현안에 묻혔지만 ‘존경받는 기업으로의 변신’이라는 전략이 점차 주목받고 있다.
시장독점적 지위와 종종 특혜시비에 휘말렸던 사업전력, 문어발식 사업확장 등 일부 나쁜 이미지를 스스로 인식하고 변화를 꾀하겠다는 뜻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지금까지 경쟁사는 물론 정부나 일반 여론으로부터도 기업 이미지가 추락했던 게 사실”이라며 “스스로가 이러한 문제점을 불식시키고 실천하려 한다는 점에서 결코 선언적인 수준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올들어 SK글로벌 사태로 그룹 이미지가 바닥에 떨어진 데다 최근 구조조정본부 해체 등 그룹의 의미가 사라지면서 한층 강조되는 분위기다.
SK텔레콤은 표 사장의 진두지휘 아래 이달 중 존경받는 기업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마련, 곧 집행에 들어갈 계획이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사회봉사활동 등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프로그램을 마련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KT는 ‘클린KT’ 캠페인을 마련해 하반기들어 대대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KT 관계자는 “앞으로 매출과 같은 외형에 더이상 집착해서는 안된다는 내부 목소리가 높다”면서 “내실과 정도를 강조하고 지방의 영업·서비스 조직까지 윤리를 전파하려는 시도”라고 전했다. 이를 위해 KT는 직원들에게 무리한 영업을 강요해 잦은 물의를 일으켜던 종전 실적중심의 평가기준을 개선하고 올해에는 단말기 유통 등 허수가 포함된 실적은 아예 매출에서 빼기로 했다.
KT의 관계사인 KTF의 행보도 돋보인다. 취임당시부터 타 사업자와의 ‘경쟁과협력(일명 코피티션)’을 강조해 신선한 바람을 일으킨 남중수 사장은 최근 ‘기업윤리 선도기업’을 선언했다. KTF는 나아가 윤리경영 철학에도 브랜드를 도입했다. 바로 ‘벨(BEL:Business Ethics Leader)’이다.
남 사장은 이 브랜드의 의미에 대해 “비윤리적 행위에 대한 감시와 적발보다는 모든 임직원들이 변화와 실천을 선도하는 모범기업의 사례를 만든다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이제 기업윤리는 소비자와 시장의 신뢰는 물론, 기업가치를 좌우하는 핵심지표로 부각됐다”고 강조했다.
남 사장은 최근 모든 임원과 15개 주요 협력사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윤리경영 선포식을 갖고 국제기준을 반영한 ‘KTF 윤리강령’도 제정하는 등 통신업계의 윤리전도사로 나섰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