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화공과 출신 CEO들이 뛴다

‘서울대 화학공학과.’ 학제개편 이후 지금은 공업화학과, 응용화학과까지 합쳐 응용화학부로 바뀌었다.

 지금 고등학생들은 이과 중에서 의대를 가장 선호하지만 60∼70년대 중반까지는 화공과가 가장 인기 있는 학과 중 하나였다. 당시 화공과 졸업생들은 섬유·석유화학 등 중화학산업이 전성기를 맞았을 때 사회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

 화학공학과는 섬유·중화학 두 개의 잘 나가는 분야에 진출할 수 있어 수요도 많았고 화공과 출신의 주가는 치솟았다.

 졸업생들은 당시를 회고하며 “전자공학과와 함께 공대 가운데 합격선이 가장 높았다. 당시에는 임원·공장장은 물론 사장까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쳤다”고 말한다.

 이런 자신감이 한국의 석유화학, 고분자, 반도체·LCD 핵심 재료산업을 지금까지 끌고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 이들은 현재 관련회사에서 CEO 및 CTO로 활약하고 있다.

 LG화학에서 차세대 전지와 정보전자소재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LG화학기술연구원 여종기 원장과 지난 3월 한국바스프 신임 사장으로 취임한 김종광 사장은 70년 화공과를 졸업했다.

 쌍용머티리얼 양재균 사장(68년), 한솔기술원 우영덕 원장(69년), 동양화학공업 중양연구소 이상화 전무(72년 졸업) 등이 각 회사 CTO로 아직도 맹활약 중이다.

 특히 임무현 대주전자재료 회장(61학번)과 이부섭 동진쎄미켐 회장(56학번)은 최근까지 동창회를 챙기면서까지 과에 대한 애정이 많다. 이들은 한국 전자재료산업을 일본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으로 끌어올린 장본인들이기 때문.

 대주전자재료는 PDP, 동진쎄미켐은 LCD 핵심 재료를 양산하며 일본·미국 제품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임무현 대주전자재료 회장은 “반도체·전자부품 재료는 선진국에 뒤졌지만 디스플레이 재료는 반드시 100% 국산화를 이루겠다”며 “이는 책임감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한국 최고 인재그룹 중 하나였다는 자존심이 일본과의 경쟁심을 부추기고 있는 것.

 임 회장의 동기 중에는 이형도 삼성전기 대표이사 부회장과 조정남 SK텔레콤 부회장이 있다. 이들은 한국 전자부품산업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CDMA 시스템을 상용화한 주역이다.

 이외에도 김반석 LG석유화학 사장(69학번), 홍기준 한화에너지 사장(69학번), 윤기준 성대 교수, 주동표 아주대 교수, 임경희 중앙대 교수 등이 업계와 학계에서 활약중이다.

 <손재권기자 gjac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