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남북 경협합의 발효 의미

 지난 2000년 6월 15일 남북공동선언 이후 열린 제2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경협을 확대, 발전시키기 위하여 △투자보장 △상사중재 △이중과세 방지 △청산 결제에 관련한 4대 경협 합의서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 이래 남북간 내부적으로 비준이 이뤄져 2003년 8월부터 시행하게 되어 이제 그 빛을 보게 됐다.

 4대 경협 합의서 발효는 무엇보다도 남북경협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데 큰 의의가 있다. 지금까지 남북경협은 경제협력원칙에 대한 남북간 합의는 있었으나 구체적인 경제활동을 공동으로 규율하는 제도에 관한 합의는 없어 투자보장 등 불확실성의 문제가 내포되어 있었지만, 이번 합의를 도출함으로써 남북경협의 특수성을 고려함과 동시에 국제관행을 고려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남북경협 진전에 상응하는 안정적인 발전토대를 구축하게 되었다.

 4대 합의서의 주요 내용과 기대효과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투자보장 합의서는 북한의 투자자산 보호와 수용 금지 및 수용시 국제시장가치로의 보상, 투자 및 수익금의 자유송금, 자유로운 경영활동의 보장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투자보장합의서는 남한에서 대북투자에 대한 불확실성을 감소시킴으로써 대북투자자산에 대한 위험도의 인식과 재평가가 예상된다. 위험도 감소에 대한 평가와 인식은 국내의 제도적 부분의 변화를 함께 가져와야 한다고 본다. 현재는 보험, 대북투자설비의 담보 보장 등의 경우 대북투자자산에 대한 위험도를 높게 보고 있으며, 남북간 공동의 제도적 뒷받침이 없어 제도권 내에서는 그 가치를 크게 인정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변화가 합의서 발효와 함께 내부적으로 같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이중과세 방지 합의서는 남북간의 이중과세방지 제도가 도입됨으로써 양측 투자기업의 조세부담이 경감되어 경협 기업들에 실질적인 세제혜택을 부여할 수 있는 합의서다. 우리 기업이 북한에 합영·합작 등으로 진출하여 얻은 소득에 대해 양방의 법률에 따라 북에서는 14%, 남한에서는 28%로 중복과세되었으나, 이중과세 방지 합의서 발효 후에는 북에서 납부한 세금에 대해서는 남에서 면세가 되어 북한 기업소득세율 14%만 납부하게 되었다. 본 합의서의 발효에 따라 남북 내부의 세제 관련 사항의 일부 변경이 예상되어 이에 대한 관계기관의 안내와 후속조치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상사분쟁 해결절차 합의서는 분쟁 발생시 중재기관이 상사분쟁의 해결에 개입하게 되어 남북간 교역의 안정화 및 예측성을 제고함으로써 계약 불이행에 따른 손해 및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현재까지는 분쟁 발생의 경우 남북간의 제도적인 뒷받침이 없어 민족간의 문제라 하여 남북간 해당기업의 협의로 처리하자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본 합의서가 발효됨에 따라 협의의 단계를 넘어서는 분쟁 발생시 남북상사중재위원회에서 처리할 수 있게 되어 좀 더 안정적인 남북경협의 구조를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남북간 교역 및 투자시 계약 불이행에 대한 양측간의 귀책사유에 대한 조사 및 판정이 가능하게 되어 남북협력기금의 손실보조제도 도입여건을 마련할 수 있게 되었다. 본 합의서 실행과 함께 북한의 국제중재협약 가입을 유도할 필요성이 있으며 상사중재위 구성 등 세부적인 하위규정의 협의가 필요하다.

 청산결제 합의서는 남북간 직접금융거래가 없던 불편사항을 해소함으로써 남북 양측간의 직결제가 가능하게 되었다. 이 청산결제가 시행됨으로써 사업형태가 남쪽에서 북쪽으로 가공비 등을 지급하던 일방향 형태의 사업에서 벗어나 북쪽에서도 구매와 지급을 하는 양방향의 사업으로 다양하게 확대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경화부족으로 실질적인 구매력이 부족했던 북한의 현실상 청산결제의 시행은 경협 기업에 중요한 전환점으로 작용될 수 있다. 하지만 만성적인 공급부족에 시달리는 북한의 현실상 청산결제에 상응하는 거래상품의 선정과 한도 부분에 있어서는 난항이 예상된다.

 4대 경협 합의서의 발효는 남북간의 직접적인 경협을 발전시킬 것으로 예상하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이 합의서가 실질적인 효력을 발생하여 남북경협을 촉진하고 양 당사자 모두 수혜를 받게 하기 위해서는 좀 더 세부적인 하위규정 등을 합의하고 남북 양자 모두 합의사항에 따라 내부적인 법률의 변화와 인식의 변화를 함께 가져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합의서에 따라 법률을 제·개정하는 과정에서 합의서가 왜곡·변질될 수도 있으며, 합의서를 수정·보충할 때마다 법률을 제·개정해야 하는 불편함도 있다. 남과 북의 경제제도가 서로 다른 현실에서 결코 순탄한 과정만 있을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아무리 좋은 물건이라도 잘 사용하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사용의지와 주변환경 조성 등이 뒷받침해줘야 하듯 이번 합의도 앞으로 그것을 가꾸고 키워나가는 작업이 더욱 중요하다.

 

◆유완영 아이엠알아이 회장 jamseu@imr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