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도로에서 남구미IC로 들어오는 길. 디지털 도시를 표방하는 구미산업의 중심지 구미공단이 낙동강을 끼고 한눈에 펼쳐진다. 강변도로를 따라 훤하게 놓인 남구미대교를 지나 3공단으로 들어서면 LG필립스LCD와 삼성전자 등 대기업 구미공장들과 나란히 세계 코팅유리 분야의 1등 기업 삼성코닝과 만나게 된다.
지난달 31일 삼성코닝 구미사업장. 잘 정돈된 공장 외부의 조용한 모습과는 달리 건물내 연구소와 공장 안 벽면에는 품질향상을 위한 6시그마 프로세스 운동의 표어와 각종 실적 그래프들이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빼곡하게 붙어있었다.
그동안 브라운관(CRT)TV용 유리제품으로 기반을 다져온 삼성코닝은 현재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만 세계 1등 제품인 ITO 코팅유리와 VTR용 로터리 트랜스포머, 나노파우더 등 첨단 디스플레이 관련 전자정보소재에 대한 기술을 개발하고 제품까지 생산한다. 구미사업장은 현재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CRT용 유리 공장과 함께 첨단소재 제품인 ITO 코팅유리 및 나노파우더, PDP필터 공장이 사이좋게 공존하고 있다.
이 중 PDP필터사업은 삼성코닝이 ITO 코팅유리에 이어 세계시장을 또 한번 평정할 PDP TV의 핵심기술 및 제품이다. 개발에 착수한 지 1년6개월 만인 지난해 말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는 두번째로 PDP필터 기술개발에 성공, 지난 4월 구미사업장내에 1개 라인 설비의 생산공장을 준공했다.
PDP필터는 PDP용 유리에 필름을 부착하고 코팅 처리를 한 디스플레이 제품으로 PDP모듈로부터 나오는 전자파(EMI)와 근적외선(NIR), 네온광 등을 차단, 색상보정과 함께 리모컨 오작동 및 패널 손상을 막고, 반사방지(AR) 등의 역할을 한다. 특히 이 제품은 면저항 2Ω 이하의 저저항 다층 투명 전도막 코팅기술로 투명하면서도 전기전도성이 뛰어나다.
“자체 개발한다고 할 때 일본 PDP필터업체의 반응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것이었지만 이제는 일본산 제품에 비해 성능이 전혀 뒤지지 않는데다 납기는 오히려 절반으로 줄어 세계시장 점유율 1위는 시간문제입니다.” 삼성코닝 DIM사업부 PDP부재TF팀 양기모 부장(45)의 말이다.
PDP필터 공장 입구에는 외주업체로부터 받은 강화유리와 필터 작업이 끝난 PDP 유리가 포장상태로 가득 쌓여있다. 공급받는 강화유리에도 원자재 유리의 재단, 면취, 강화, 블랙세라믹 도포, 열처리 등 이미 복잡한 기술이 녹아있다. 이 유리는 다시 한번 표면에 붙은 불순물을 제거하는 유리세정공정을 거쳐야 한다.
청정실(클린룸)에서는 세정라인을 통과한 얇은 유리에 1차 코팅을 하는 작업이 진행중이다. PDP필터 정상철 파트장(43)은 “코팅기에 유리를 장착하고 필터의 보호막을 떼어내는 일도 상당한 노하우가 있어야 한다”며 “모든 작업에는 한치의 오차도 없는 숙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구미사업장에서 생산하고 있는 PDP필터는 EMI 차폐 정도에 따라 도전막형과 메시형이 있는데 특히 주로 산업용 PDP에 쓰이는 도전막형 필터는 삼성코닝이 독보적인 기술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PDP모듈의 전자파 저감기술 확보로 가격이 저렴한 도전막형의 수요가 오는 2005년을 정점으로 메시형을 추월할 것으로 회사측은 낙관하고 있다.
구미사업장은 양산 초기에 PDP필터를 월 4000대씩 생산했으나 최근에는 월 2만대를, 올해 말까지 월 5만대까지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올 초 삼성전자에 부품을 처음 공급한 이래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PDP 세트업체 수요의 50% 이상을 공급하고 있다.
[인터뷰]진주환 삼성코닝 구미사업장장
“PDP필터를 생산하기 시작한 지난해말까지만 해도 일본보다 낮았던 수율이 이제는 일본보다 높아졌습니다. 세계 PDPTV시장이 날로 커져가고 있고 우리 가전업체들이 이를 주도하고 있는 만큼 부품에서의 세계시장 주도권 장악도 시간문제입니다.”
삼성코닝 진주환 구미사업장장(54)은 “6시그마 관점에서 개발이 이뤄졌고 생산 및 출하관리를 하고 있기 때문에 반품이 거의 없는 상태”라고 자랑한다.
PDP필터는 사업초기 일본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일본만 따라잡으면 이 사업은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또 일본의 7∼8개 업체가 대부분 가정용 메시형 필터를 생산하고 있지만 우리는 도전막형의 필터를 필두로 메시와 도전막 필터를 동시에 개발하는 쾌거를 이뤄냈습니다.
진주환 구미사업장장은 “PDP필터의 향후 시장은 가격이 저렴한 도전막형으로 바뀌고 있다”며 “이 분야는 우리가 독보적 기술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2∼3년내에 세계 PDP필터 시장을 석권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또 “오는 2007년 PDP필터 세계시장은 약 1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그때쯤이면 연 200만대 생산목표 달성과 세계시장 점유율 30%, 3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심감을 보였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