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 사이버담당 고위층이 해커들의 모임에서 잇따라 해킹의 위험성을 역설해 화제다.
로이터에 따르면 지난 1일(현지시각)부터 사흘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계속된 ‘데프콘(DefCon)’ 콘퍼런스에서 미 국토안보부의 사이버보안 책임자 마커스 삭스는 “수많은 정보단말기들이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있다”며 해킹에 대한 경각심을 강조했다.
삭스는 특히 “이론적으로 해커 여러분은 수많은 웜이나 바이러스를 만들 수 있고 정보화 기기들을 감염시킬 능력이 있다”며 해커들의 능력을 인정하는 동시에 자제를 촉구하는 미 정부측의 바람을 전달했다.
삭스의 연설은 적진(?)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채롭다는 평가다.
지난 93년 처음 열린 데프콘은 국제적인 언더그라운드 해커들의 모임. 해커는 물론 미래 해커를 꿈꾸는 수많은 청소년들이 온·오프라인으로 참가해 실력을 자랑하거나 기술을 교환해왔다.
해킹과 아울러 ‘보안’이 또 다른 주제이기도 한 이 행사에는 해커와 네트워크 전문가는 물론 미 연방수사국(FBI) 및 국가안보국(NSA) 관계자까지도 참여한다. 그러나 미 정부 관계자가 공개적으로 연설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며 특히 삭스가 미국의 사이버보안을 책임지는 인사라는 점에서 한층 더 시선을 모았다.
콘퍼런스를 지켜본 관계자들은 삭스의 연설은 지난 2001년 9·11 이후 미국내에서 보수적인 반해킹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방증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콘퍼런스 제안자인 제프 모스조차도 해커들에게 파괴보다는 생산을 목적으로 한 활동을 촉구하고 나섰다.
물론 내부 한편에서는 ‘해킹기술 공유’라는 행사 본연의 목적이 상실되고 있다는 반론이 강하게 제기됐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