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남북경협 차질없어야

 남북경협에 명암이 교차하고 있다. 사실상 남북경협의 민간부문 중심축 역할을 해왔던 정몽헌 현대 아산회장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인해 남북경협이 위축되지 않을 까 우려된다. 정 회장의 비보는 그동안 체제가 다른 가운데서도 우리가 남북경협을 주도적으로 추진해오는 과정에서 어쩌면 불가피하게 빚어진 민간 및 정부의 대북지원에 종지부를 찍는 것에서 그칠지, 아니면 남북경협 자체가 퇴보할 지는 두고 봐야 알 일이긴 하다. 그렇지만 남과 북이 실질적인 거래성 교역으로 한단계 발전을 할 경우 남북경협은 국민들의 큰 호응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다시한번 되새겨야 할 것이다.

 이는 시일을 요하는 장기적인 과제라 하더라도 이번에 개성에서 열린 남북경제협력 실무협의회에서 투자보장을 비롯한 이중과세 방지, 상사분쟁 해결절차, 청산결제 등 4대사항에 합의한 것은 그동안 답보상태에 있던 남북경협이 앞으로 큰 진전을 이루게 될 것으로 기대를 갖게 한다.

 북한의 핵 문제로 인해 정치·사회적으로 남북관계가 경색된 가운데 이루어진 합의는 남북이 경제공동체임을 확인한 것으로 환영할 만하다. 남과 북은 각자의 법령에 따라 상대방 투자자에 의한 투자를 허가하고, 상대 투자자의 투자자산을 보호하되, 그 투자자 및 투자자산에 대해 최혜국 대우를 보장함으로써 그동안 북측의 많은 인력과 낮은 임금을 활용, 북한에 투자하려는 많은 기업인들에겐 선물을 전해준 셈이다. 또 남한이나 북한 어느 거주자와 기업은 동일한 여건에 있는 상대방의 거주자와 기업보다 불리한 세금을 부담하지 않도록 한 이중과세 방지 합의나 남북상사중재위원회를 구성해 분쟁을 해결하도록 한 것, 남북교역에 따른 결제를 제3국 은행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던 점을 청산결제를 통해 환전이나 송금에 따른 이용부담과 번거로움을 해소한 것 등은 우리 기업인의 적지 않은 고통을 줄여준 것이라 볼 수 있다. 

특히 이번 합의는 남과 북이 경제협력을 통해 민족경제를 균형있게 발전시키기로 한 구체적 조치라는 점에서 뜻깊다. 과거 남북간의 원칙적 경제협력 합의와 달리 구체적인 경제활동을 공동으로 규율하는 첫 합의이기 때문이다. 위탁가공교역 등 민간차원의 남북경협이 지속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장치 마련은 남북경협이 한차원 더 높은 단계로 발전할 수 있는 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아울러 정부는 높은 물류비용을 더욱 낮추고 교역의 기본인프라 확충에 추가적인 노력을 기울임으로써 남북교역이 한층 실효성을 띨 수 있도록 해야 하겠다.

 비록 이번 합의는 남북이 각기 입법기관을 거치는 과정에서 왜곡·변질될 우려가 있고 합의를 ‘민족 내부거래’로 명시함으로써 세계무역기구(WTO)가 문제삼을 가능성도 없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남북이 이번 합의내용을 서로 존중, 성실히 이행하려는 의지만 있으면 그 같은 점은 해결하기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그의 죽음을 애도하며 이제 우리는 이번 합의와 정 회장의 유지를 기리는 뜻에서라도 남과 북이 새로운 경제파트너로서 더욱 발전할 수 있는 전기를 삼아야 할 것이다. 북한은 경제협력을 무역활동에 근거한 상호이익 창출보다 우리측으로부터 돈을 지원받는 행위로 인식했던 점이 있었다면 이젠 과감하게 떨쳐 버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