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의 해외 진출은 방송사들의 의욕만큼 효과가 의문시되고 있다. 서로 손발이 맞지 않고 중장기 전략도 없다. 지금이라도 차근차근 재검토해 새로운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방송계에서 날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왜 해외 진출인가= 방송의 해외 진출이 갖는 중요성은 한류열풍에서 입증된다. 방송을 통한 문화 수출은 부가가치가 막대하다. 그간 방송의 해외 진출은 문화적 접근이 지배적이었으나 국내 방송시장이 날로 포화하면서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 진출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랐다. 더욱이 해외 선진국들의 방송이 국내에 무차별적으로 유입되는 상황에서 국내 방송도 이제는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해외 진출 현황=지난달 24일 미국의 위성방송사업자인 에코스타는 한국 방송 채널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SBS와 MBN은 단독으로 채널을 1개씩 확보해 미국 전역에 방송중이며, iTV·m.net·BTN·여행레저TV·GBC·스카이겜TV 등이 1개의 채널에 편성돼 방송중이다. 에코스타는 추가로 국내 방송사들을 모집, 오는 9월부터 나머지 5개 채널을 통해 국내 방송을 미국 전역에 방송할 예정이다.
공영방송 KBS도 일본의 NHK월드프리미엄을 모델로 KBS월드를 개국, 지난달 1일부터 미국·일본·뉴질랜드·사이판·괌·호주·유럽·중동 등에 방송을 시작했다. KBS는 앞으로 KBS월드를 종합편성채널, 뉴스·정보채널, 라디오종합편성채널 등 3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아리랑TV는 방송발전기금과 문화관광부의 국고를 지원받아 남아프리카를 제외한 전세계에 영어방송을 송출중이며, YTN은 북미를 중심으로 현지 위성방송사업자들과 계약, 한국어 뉴스를 전세계에 전파중이다.
◇해외 선진국들은=영국의 BBC는 자사의 프로그램 판매 등 상업성 확보를 위해 BBC월드와이드를 설립, 전세계를 대상으로 텔레토비 등의 우수 프로그램 수출 및 출판물·CD롬 등을 판매하고 있다. 또 24시간 뉴스 채널인 BBC월드를 통해 현재 거의 전세계 모든 국가에 방송을 송출중이며, BBC프라임 채널을 통해 유럽을 대상으로 자사의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을 방송중이다.
일본의 NHK도 유료방송인 NHK월드프리미엄 채널을 통해 아시아 국가들을 중심으로 방송을 확대하고 있다. NHK월드프리미엄은 일본어 방송 채널로 현재 47개국 유료 시청자 500만 세대를 확보하고 있다. NHK는 유료방송인 NHK월드프리미엄과 별도로 NHK월드 채널을 통해 전세계에 무료로 위성방송을 실시중이다.
◇국내 방송사 문제점=해외 방송은 주로 한인을 겨냥하고 있다. 북미지역과 같이 한인이 많은 지역의 경우 초기 진출이 용이하다는 점은 있으나 시장 확대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또 한 지역에 같은 방송이 여러 갈래로 송출되기도 한다. 위성송출료 낭비는 물론 지불 대가에 비해 효과가 적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아리랑TV는 3년간 50억원의 위성송출 계약을 맺고 전세계에 방송중이나 매출은 물론 효과에 대해 아직 좋은 평가를 얻지 못했다.
공영방송인 KBS의 전략과도 큰 차별성이 없어 정부의 중복 투자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아리랑TV와 KBS가 협력 체제를 구축, △외국인 대상의 영어 방송 △외국에 대한 한국어 전파와 한국 문화 전달를 위한 한국어 방송 △해외 교포를 위한 한국어 방송 등 다각적인 전략 수립이 절실히 요구됐다.
민영방송인 SBS와 m.net 등 일반 방송채널사용사업자들은 우수한 콘텐츠를 기반으로 상업적 측면에서 프로그램을 적극 수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이에대한 정책적인 배려도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병수기자 bjor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