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北 IT경협에 불똥튀나" 촉각

대북 경제협력사업에 앞장서 오던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갑작스런 사망이라는 ‘메가톤급 파장’이 남북간 정보기술(IT) 및 경제교류협력 분야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고 정 회장은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유지를 받들어 현대의 대북 경협사업의 선장을 맡아 사업 전반을 총괄해 온 중심 인물인 데다 남측의 유일한 창구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일단 6·15 남북공동선언 이후 남북 경제협력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민간 차원의 IT분야 교류협력사업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에 조심스럽게 무게를 싣고 있다.

 ◇어떤 영향 미치나=현대가 중심이 된 대북 경협사업이 남북간 IT협력사업과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지속돼 왔다는 점에서 볼 때 이번 정 회장의 사망이 남북 IT협력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우선 이번 일로 인해 당분간 남북관계가 멈칫거리면서 지난해 남북이 합의한 ‘평양·남포 일원에서의 CDMA 이동전화사업 및 국제전화 관문국 고도화사업’이 더욱 꼬일 수 있다. 또 오는 6일로 예정된 남북 경제협력 4개 합의서(이중과세 방지·청산결제·투자보장·상사분쟁 해결) 발효도 이번 일로 인한 남북간의 냉각 분위기에 휩쓸려 당분간 상징성과 긍정적인 파급효과가 급속히 위축될 처지에 놓이게 됐다.

 평양에 모니터 조립생산공장을 운영중인 아이엠알아이의 유완영 회장은 “정몽헌 회장의 갑작스런 사망이 남북관계에 미칠 파장에 따라 그간 남북경협을 주도해온 IT협력사업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며 “하지만 그간의 성과를 바탕으로 남북경협 연속성을 이어가는 동시에 이번 일을 기존 경협 정책의 미비점을 재정비해 경협기업을 활성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 대북사업 전망=정 회장 사망으로 일단 가깝게는 금강산관광, 개성공단 건설 실무협의 등이 차질을 빚거나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이 유서에서 김윤규 사장에게 ‘모든 대북사업의 강력한 추진’을 주문한 만큼 현대아산측으로서는 어떻게든 대북사업의 지속적인 추진을 희망하겠지만 추진동력이었던 정 회장의 사망으로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현대아산은 또 현대가(家)의 일원인 정몽헌 회장 덕분에 현대 관계사들로부터 유무형의 지원을 받거나 기대할 수 있었지만 정 회장의 부재로 향후 이같은 연결고리와 ‘기댈 언덕’조차 없어진 셈이 됐다. 또 회사 ‘총수’가 이렇게 된 상황에서 어느 누가 선뜻 ‘총대’를 메겠다고 나설지도 회의적이다.

 이와 관련, 정세현 통일부 장관은 이날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사업 등 현대아산이 벌여놓은 여러가지 남북관계 사업들은 개인적 차원이 아니라 제도적으로 추진되고 있어 남북 경협사업에 특별한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정 회장의 사망이 남북경협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에 지금 속단하기 어렵다”면서도 “하지만 대북사업의 속도조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IT교류 전망=정몽헌 회장의 자살로 인해 남북경협이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그렇지만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 이후 남북IT교류가 크게 활성화된 이후 끊임 없는 외풍 속에서도 일부 기업을 중심으로 흔들림 없이 남북교류가 꾸준히 진행돼 왔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로 인한 영향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실제 협력사업을 벌이고 있는 민간기업들은 사업연속선상에서 지속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박찬모 통일IT포럼 회장은 “남북경협에서 현대아산이 큰 공을 세웠는데 정몽헌 회장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 남북 IT·경제교류에 악영향을 끼칠까 우려된다”며 “그러나 정 회장의 사망에도 불구하고 남북간에 합의했던 IT·경제 협력사업들이 계획대로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