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가 해외 숙련 기술자 비자 L-1 발급을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의회가 3년 전 실리콘밸리의 요청에 의해 L-1보다 더 큰 범위의 하이테크 근로자 비자인 H-1B 발급 건수를 거의 두 배 정도 늘렸던 때에 비하면 그 방향을 180% 전환하는 조치다.
다이안 파인스타인 상원의원(민주·캘리포니아주·사진) 등 하이테크 근로자 비자발급 확대를 지지했던 의원들은 이제 L-1 비자 남용중단 촉구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 비자는 미국 기업의 해외근무 외국인 관리자나 중역, ‘특수 지식’ 보유자를 미국 사무실로 전보발령을 낼 수 있게 하기 위해 발급된다.
파인스타인 의원은 최근 상원 법사위 이민 및 국경 경비 소위원회 청문회에서 자신은 4년 전 H-1B 비자발급 확대를 요구한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청원에 수긍했었다고 밝혔다.
그는 청문회에서 연봉 9만8000달러를 받던 전 컴퓨터 프로그래머 패트리시아 플루노의 해고담에 대한 증언을 듣고 격분했다. 플루노 프로그래머는 지멘스테크놀로지스가 자신을 포함해 여러 직원의 직무를 인도의 타타컨설팅서비스 직원들에게 넘기는 바람에 해고됐다.
플로리다주 올랜도 출신인 그는 자신과 15명의 동료 직원이 미국으로 전입한 저임금의 타타 직원들에게 업무를 인계하도록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그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창피스런 순간”이었다며 “비자를 가진 인도인들이 우리 책상에 앉아 우리 전화와 우리가 만든 시스템 및 프로그램을 사용했지만 임금은 우리가 받는 수준의 3분의 1 정도였다”고 주장했다.
하이테크 업계 대표 등 다른 증인들은 L-1B 비자가 일반적인 소프트웨어 작업이 아닌 회사 고유의 기술을 가진 외국인 직원이나 그의 직계가족이 같은 회사에서 이동하는 경우에만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플루노가 해고된 경우는 명백한 L-1B 비자 남용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증인들은 대체로 L-1 비자 중 가장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 비자가 L-1A가 아닌 해외의 외국인 관리자나 중역이 미국에 와서 일할 수 있는 L-1B라고 입을 모았다.
파인스타인 의원은 L-1B 비자제도가 ‘비밀 이민’을 조장하는 문제점이 있다며 미국 정부가 칠레 및 싱가포르와 맺은 자유무역협정에 양국 근로자에게 다양한 취업 비자를 확대 발급할 수 있는 규정이 들어 있어 이들 협정에 대한 상원심사를 잠시 중단시켰다.
특히 하이테크 산업에서 저임 국가인 인도나 중국에 일자리를 넘김으로써 발생하는 L-1 비자 남용 피해에 대한 보도는 상하 양원에서 L-1 비자발급 제한법안 발의로 이어졌다. 이들 법안은 대체로 비자 발급한도를 낮추고 L-1 비자 근로자의 미국 이전에 앞서 미국 근로자와 사전 협의하며 L-1 비자 소지자에게 미국 통상임금을 지불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같은 의무조항은 현재 H-1B 비자에도 적용된다.
업계측 증인들은 L-1B 비자 남용 사실을 시인했으나 L-1 비자제도의 전면수정은 반대했다.
글로벌퍼스널얼라이언스 대릴 버펜스타인 최고법무책임자는 “비자제도는 정교한 외과수술적인 개선노력에 의해 추진돼야지 커다란 망치로 두들겨서 해결될 수 없다”며 “L-1 비자제도 개선법안 내용이 대부분 L-1 비자 목적에 반할 뿐만 아니라 외국인 고급 기술자의 미국 근무발령을 어렵게 만들어 결국 미국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코넬법과대학원의 스티븐 예일 로어 이민법 전문가도 L-1 비자 연간 발급량이 30만건으로 보도되고 있으나 사실은 2001년 5만9000건이 최대치였다며 언론보도가 크게 과장됐다고 지적했다.
<제이안기자 jayahn@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