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권 춘추전국시대로

브랜드 앞세운 `백화점 상품권` 시장 포화

 상품권의 절대 강자인 ‘백화점 상품권’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지난 99년 상품권법 폐지 이후 신종 상품권이 쏟아지면서 백화점 상품권의 점유율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이에 주요 백화점들이 상품권 사업을 축소하고 있는 데 반해 전자 상품권, 기프트 카드를 비롯한 신종 상품권업체는 가맹점을 크게 넓혀가고 있다.

 ◇위축되는 백화점 상품권=신세계·현대 등 주요 백화점은 올들어 상품권 전담팀을 속속 재무팀 소속으로 흡수했다. 신세계 측은 “상품권 유통을 기존 다판매 전략에서 탈피해 차입 자본 형태의 기업 재무업무의 일환으로 돌리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종이 상품권으로 대표되는 백화점 상품권이 시장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새로운 마케팅 전략도 먹혀들지 않기 때문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에 백화점 업계는 과거 브랜드를 앞세운 판매전략과 달리 이제는 다양한 사용처와 상품권 판매 구입처, 가맹점의 결제 창구를 늘리는 쪽으로 마케팅 전략을 선회했다. 롯데백화점은 호텔·놀이공원 등 롯데 계열사에 이어 LG정유를 가맹점에 포함시키고 결체창구로는 우리은행을 추가했다. 현대백화점은 일찌감치 최대 사용처를 확보한 국민관광상품권과 제휴, 사용처를 대폭 확대했다. 신세계는 할인점 이마트와 SK주유권을 묶은 상황이다.

 ◇신개념 상품권 200여종=SK·LG·현대 등 정유사는 주유 상품권을, LG와 CJ홈쇼핑, SK디투디 등은 자체 상품권을 내놓았다. 패션과 속옷·외식·연인보험·보석·PC방 상품권에 이어 최근에는 김치 상품권까지 등장했다. 카드사는 올들어 무기명 선불식 카드 상품권 ‘기프트 카드’를 선보이고 신용카드 단말기가 설치된 가맹점에서 소액 결제용으로 시장 점유율을 넓혀가고 있다.

 업계에서 추정하는 상품권 시장규모는 지난해 4조5000억원이고 올해는 6조5000억원선이다. 이 가운데 신종 상품권의 시장 점유율은 40%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문화상품권은 지난 5월까지 850만장이 판매돼 425억원의 매출을 올려 지난해 동기 대비 약 30% 성장했고 소액 상품권 ‘해피머니’도 지난해 300억원에서 올해는 50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SK 등 정유 4개사도 지난해 상품권 총매출이 6300억원에 달했다. 2001년 등장한 국민관광상품권은 지난해 1500억원에서 올 상반기에 1700억원의 매출을 올려 올해에만 4000억원의 매출이 예상된다. 이는 대형 백화점 상품권에 버금가는 수치다.

 ◇상품권 수요 ‘중심 이동’=상품권 시장 재편을 가속화시키는 가장 큰 요인은 사용처의 변화다. 현재 상품권 용도는 90%가 실물상품 구입이다. 그러나 광범위한 신종 상품권은 공산품 외에 각종 서비스 상품을 이용하는 쪽에 포커스가 맞춰지고 있다. 앞으로 상품권 유통의 주무대가 상품 매장에서 스포츠레저·물류서비스 등 서비스산업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전망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