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기간산업인 철강과 조선분야의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 구축이 본격화되면서 오라클과 SAP간 시장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현재 철강분야는 포스코를 준거(레퍼런스) 사이트로 내세우고 있는 오라클이, 조선분야는 대우조선해양 프로젝트를 수주한 SAP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 특히 철강과 조선업종은 대형 장치산업인 동시에 산업특성을 반영한 솔루션과 노하우가 요구돼 두 솔루션업체간 선점효과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이들 시장에 대한 텃밭 허물기가 가시화되면서 두 솔루션 업체간 시장구도 변화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더욱이 철강과 조선업종은 산업 연관성이 높은데다 동종 중견중소기업(SMB)의 정보화 시스템 도입시 벤치마킹하는 사례가 많아 양사간 시장경쟁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철강, 오라클 우세=철강부문은 한국오라클이 국내 최대 규모인 포스코 사이트를 구축하면서 우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2위 철강업체인 INI스틸은 오는 12월을 목표로 딜로이트컨설팅과 함께 오라클 ERP를 적용한 시스템을 개발중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재무·회계, 전략기업경영(SEM), 인적자원관리(HRM) 모듈 등을 도입해 인천과 포항으로 이원화된 재무·회계 시스템의 통합을 겨냥하고 있다. 또 스테인리스 냉연강판 전문업체인 BNG스틸도 지난달 오라클 ERP솔루션을 적용해 회계·생산·물류·인사·SEM 등 시스템 구축을 마쳤다.
하지만 이같은 오라클의 연승가도에 잠시 제동이 걸렸다. 동부제강이 동부전자·동부건설(회계부문) 등 그룹관계사들이 대부분 오라클 솔루션을 채택한 것과 달리 SAP 솔루션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부터 ERP 구축작업을 진행해온 동부제강은 내년 1월 가동을 목표로 시스템 테스트를 진행중이다.
◇조선, SAP 우세=조선부문은 SAP가 조선업계 처음으로 대우조선해양의 ERP 프로젝트를 따내면서 일단 우세한 양상이다. 현재 대우조선은 내년 7월 시스템 가동을 목표로 액센츄어와 ERP·공급망관리(SCM)·인적자원관리(HRM)·기업전략관리(SEM)·제품라이프사이클관리(PLM) 등을 포함한 e비즈니스 시스템 구축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시스템 도입의 타당성을 검토중인 삼성중공업이 삼성그룹사 대부분이 SAP ERP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SAP 우세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이미 그룹사의 사례분석 작업에 들어간 삼성중공업은 향후 패키지 또는 일부 모듈 도입, 기존 시스템 보완 등의 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은 승부처=현재 주목받고 있는 대형 프로젝트는 현대중공업이다. 최근 호황기를 맞고 있는 국내 조선업계의 선두주자인 현대중공업이 그동안의 관망세에서 벗어나 ERP 도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컨설팅 업체인 베어링포인트와 프로세스 진단에 나선 현대중공업은 6시그마운동을 뒷받침하기 위해 재무부문의 ERP는 물론 차세대 캐드시스템과 제품개발관리(PDM)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철강분야의 동국제강도 최근 ERP 도입을 위한 내부 검토작업에 착수하면서 새로운 승부처로 부상해 관심을 끌고 있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