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가 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는 이공계 출신의 공직 진출 확대방안을 마련하고 각계의 의견수렴과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의 논의를 거쳐 확정하여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과학기술력이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이 시대에 공직에 이공계 출신을 더욱 많이 임용하겠다는 정부의 구상은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본다. 이공계 전문인력의 공직 진출 확대방안이 마련된 것은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서 산업경쟁력뿐 아니라 국방, 외교통상, 환경, 에너지문제 등 국정 전반에 있어 과학기술 분야의 전문적인 지식의 뒷받침을 받아야 정부가 국가정책을 올바로 세우고 추진할 수 있으며 국가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참여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인 과학기술 중심사회 구축은 과학기술 중심의 국정운영에서 시작된다. 최근에 있었던 청소년들의 이공계 기피현상에 대한 사회적인 많은 논의도 결국 부존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 상실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여러 대책들이 마련되었지만 실제로 연구 현장에 근무하는 연구자들은 연구 환경이 더 어려워진다고 느끼고 있고 청소년의 이공계 기피현상은 갈수록 더욱 심화되고 있다.
그동안 정부가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항상 이야기하였고 국가연구개발비 예산도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과학기술 정책을 수립하는데 있어서 우수 연구 인력의 확보가 국가연구개발과 과학기술력의 핵심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 데 근본 원인이 있다.
정부의 과학기술 중심의 국정운영 체제 확립, 과학기술자들의 경제적 대우 및 사회적 지위 향상, 우수과학기술인력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안된다. 국가연구개발 사업과 우수 연구 인력이 잘 결합된 효율적인 국가연구개발체제 구축, 이공계 인력들이 국정의 중요 정책결정에 참여할 수 있을 때 우수한 많은 청소년들이 이공계 진로에 대한 장기적 비전을 갖고 이 분야로 진출하게 될 것이다.
국가연구개발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아온 정부 출연연구소도 우수 연구 인력이 충분히 확보된 저수지(reservoir)로서 역할을 다해야 한다. 대부분의 과학기술인들은 자기 전문분야에서 묵묵히 일을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국가와 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이제 지식기반사회의 과학기술이 중심이 되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이공계의 참여와 역할이 더욱 확대되고 중요해져야 할 것이다. 과학기술인들도 이를 위한 좀더 능동적인 참여의 자세가 필요하다. 합리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하는 높은 사회적 책임의식과 국가 사회발전을 위한 공공심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우수한 청소년들이 이공계를 선택하고 이들이 연구실에서 신기술을 창출하고 신산업의 원동력을 만들며, 새로운 국가정책 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길만이 21세기 국제경쟁력이 있는 나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정부의 과학기술 중심의 국정운영과 함께 스스로 역할, 위상을 높이려는 과학기술계의 노력을 기대한다.
◆이규호 박사, 한국화학연구원 책임연구원, 출연연연구발전협의회장 khlee@pado.krict.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