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통신의 유상증자안이 부결되면서 LG는 데이콤 등과의 통합 구조조정 등 통신전략에 차질을 빚게 됐으며 통신3강의 꿈도 당분간 접어야 하게 됐다. 통신사업 구조조정이 혼미속에 빠져들면서 정책당국인 정통부의 고민도 더욱 깊어지게 됐다.
◇하나로의 앞날=윤창번 신임 사장의 선임으로 4개월여에 걸친 경영공백은 일단 탈피하게 됐으나 5000억원 유상증자안 부결로 재무구조 개선과 사업안정화 방안은 또다시 미궁속에 빠지게 됐다.
하나로는 일단 윤 신임사장을 중심축으로 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 주요주주사 및 산업은행 등 금융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3000억원 규모의 긴급 자금조달을 통해 단기 유동성 확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하나로는 오는 23일 만기가 돌아오는 1억달러 규모의 해외 신주인수권부사채(BW) 상환액을 포함, 올해안에 4000억여원을 상환해야 하는 등 단기유동성 위기를 넘겨야 한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SK텔레콤도 대주주로서 LG와 협의해 단기유동성 문제해결을 돕겠다는 의사를 표명, 하나로는 법정관리에 빠지는 파국을 맞지는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중장기 재무구조 개선과 성장발판 마련을 위한 외자유치 재개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하나로통신과 2, 3대 주주인 삼성전자, SKT는 “예전보다 좋은 조건으로 외자유치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르면 1∼2개월내 합의가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AIG컨소시엄과의 협상을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선 구조조정 후 외자유치’를 주장해온 최대주주 LG와의 논의를 원점에서 시작해야 할 처지다.
LG측은 유상증자안 부결에 대해 “유상증자만이 하나로의 정상화와 유선시장의 유효경쟁체제 구축을 위한 유일한 대안이라고 확신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왔다”며 “향후 시간을 갖고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아직 협상의 여지를 보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주요주주간 이익다툼으로 하나로의 경영정상화 과정이 장기화되면서 하나로가 재기의 타이밍을 놓치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설득력을 얻는 양상이다.
◇통신업계 구조조정 지연될 듯=하나로통신이 조기 정상화하면 두루넷, 온세통신 등 경영난을 겪는 후발사업자의 구조조정이 순조롭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첫단추가 제대로 꿰어지지 않으면서 구조조정도 예상보다 늦어지게 됐다.
정통부에 대한 정책실패론도 다시 제기될 전망이다. 정통부는 그간 ‘업계자율’이라는 이유로 하나로통신 처리에 대해 중립을 지켜왔다. 그렇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정통부는 하나로통신 정상화는 물론 외자유치까지 두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는 결과를 빚게 됐다.
게다가 KT와 SK텔레콤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간통신사업자들이 천문학적인 부채와 적자의 늪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 이미 두루넷과 온세통신은 법정관리 상태다. 데이콤과 LG텔레콤은 사정이 좋아지긴 했지만 KT, SKT에 비해서는 경쟁력이 없다. 기간통신사업자들이 온통 구조조정만 바라보는 현실인 것이다.
김동수 정보통신진흥국장은 “유상증자안 부결로 경영정상화가 지연되는 것은 유감”이라면서 “대주주들이 단기유동성 해결에 적극적인 만큼 하나로통신의 정상화가 그리 늦어지지 않을 것이며 두루넷 등 후발사업자 문제도 이후에 해결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국장은 정통부의 인위적인 개입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주주들에 대한 비판도 거세질 전망이다. LG는 무리한 승부수로 증자를 무산시켰고 SK텔레콤과 삼성전자는 지나친 자사 이익 지키기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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