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하나로통신 이사회에서 유상증자건이 부결되자 정보통신부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정통부는 그간 하나로통신 대주주들이 팽팽한 줄다리기를 할 때 침묵을 지켜왔던 터라 이같이 즉각적인 반응은 의외다. 정통부는 이날 오후 입장발표를 통해 “지난달 이사회에서 외자유치안이 부결된 데 이어 이번 임시주총에서 또 다시 유상증자안이 무산돼 하나로통신의 경영정상화가 지연되고 있는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논평은 특정 회사의 임시주총 결과에 대해, 특히 하나로통신의 경우 지금까지 단 한차례 주요 주주사 대표들과 장관 면담을 가진 것 외에는 외견상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다는 점에서 정통부가 매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정통부는 또 윤창번 신임 사장을 중심으로 이사회 멤버인 주주사들이 이른 시일안에 하나로통신의 경영정상화 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모든 방안을 강구하라고 강력히 요청했다.
그러나 이날 주총 결과 및 정통부의 입장발표를 놓고 업계 주변에서는 ‘정통부의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LG그룹·SK텔레콤·삼성전자의 갈등으로 인해 이미 오래 전부터 유상증자 무산 가능성은 충분히 예견됐지만, 정통부는 중립이라는 입장만 내세우면서 통신정책 주무부처로서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하나로통신의 경영정상화가 지연될 경우 줄곧 내세워왔던 ‘유효경쟁’ 원칙 또한 의미를 상실함으로써, 정통부가 중재자로서의 책임을 일부 대주주들에게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향후 하나로통신의 운명에 따라 LG그룹과 SK텔레콤·삼성전자 양측은 물론, 정통부도 이래저래 난감한 입장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정통부가 민간사업자간의 문제에 간섭하라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정통부의 입장발표대로 부결로 인해 정상화가 지연된 것이 유감스럽다면 어쨌든 ‘부결만큼은 되지 않았으면 한다’는 입장을 가진 셈인데 굳이 일이 끝나고서야 발표할 필요가 있을까. 결국 정통부는 정책의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