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산업의 성장과정을 이해하려면 TV수상기를 보면 된다. TV수상기가 처음 나왔을 때 크고 무거웠으며 흑백 화면만 서비스됐다. 그 뒤 컬러TV가 시작됐고 다시 케이블과 VCR, 비디오게임이 나왔다. 단계마다 소비자들은 신기술을 쫓아가느라 새 수상기를 사야 했다.
이러한 상황이 PC업계에도 반복되고 있다. PC 매출이 최근 들어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소비자들은 디지털사진과 음악기술의 발전에 자극받아 보다 강력한 PC로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업계 분석가들은 PC시장 성장이 하이테크 업계 전반과 경제 전체에 힘이 되고 있다고 추켜세우기 시작했다.
지난 분기 세계 PC 판매는 코네티컷 소재 기술조사회사 가트너에 따르면 작년 동기에 비해 10%가량 늘어났다. 미국의 경우 PC 판매는 이 기간 동안 11% 이상 증가했다. Y2K 이후 PC업계가 이같이 두자릿수 성장률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장조사회사인 IDC의 로렌 로버드 PC산업분석가는 “PC시장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게 분명하다”며 “PC업계 실적이 공격적인 단기 가격정책에 의해 주도되고 있긴 하지만 매우 좋은 것은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로버드 분석가는 최근 컴퓨터 시장동향을 TV에 비유해 설명했다. 그는 “컴퓨터와 TV시장은 모두 급성장한 뒤 성숙단계에 들어갔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PC는 TV와 달리 프로세서 속도 향상, 하드드라이브 용량 확대, 기능 추가 등이 계속되면서 대체 주기가 TV보다 빨라졌다.
주로 생산성 툴 업그레이드와 웹 기반 서비스 형태로 충족되는 기업 PC 수요는 비록 기업이 수요를 재평가하기 시작하긴 했지만 지난 몇년 동안 크게 줄지 않았다. 그래도 가정의 경우 PC의 역할은 마지막 구매 붐 이후 크게 변했다.
델컴퓨터의 팀 매톡스 마케팅 부사장은 소비자들이 디지털 음악, 비디오, 사진을 원하고 있어 새로운 디지털 생활을 즐기기 위해 PC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해지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파이어니어의 앤디 파슨스 비디오사업부 수석부사장은 “DVD 비디오의 성공이 대체로 이같은 추세를 이끌고 있다”며 “DVD플레이어가 미국에서만 5000만대 정도 보급됐다”고 밝혔다. 그는 “VHS를 능가하는 새로운 포맷이 DVD 미디어 수요를 창출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PC는 디지털사진이나 디지털음악, 비디오콘텐츠를 저장하는 센터 역할을 하기도 한다. PC 역할 확대는 PC뿐만 아니라 관련 하이테크 업계에도 희소식이다.
프리몬 소재 OTC와이어리스는 무선 네트워킹 제품을 기업뿐만 아니라 가정에도 판매하고 있다. 스티브 비에가스 홍보담당자는 “PC 판매 증가는 시장 확대를 의미한다”며 “PC 판매가 증가하면 도미노현상이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디스크드라이브 업체 웨스턴디지털 리처드 럿레지 마케팅 부사장은 하드 드라이브가 음악, 사진, 비디오파일을 처박아두는 ‘디지털 벽장’이 됐다고 말했다.
<코니박기자 conypark@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