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재계가 어수선하다. 자살한 배경에서 경제계에 끼칠 영향, 현대가 주도했던 대북사업까지 정 회장과 관련한 내용이 연일 신문 지상을 장식하고 있다. 다소 감정적이지만 대체로 현대가 추진했던 대북사업은 계속 이어가야 한다는 여론이다.
당연히 차질 없이 금강산 관광이 진행돼야 하고 힘들게 이룬 개성공단개발 등 남북경협의 성과도 계승해야 한다. 이는 현대라는 그룹과 고인이 된 정몽헌 회장 개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운이 걸린 사안이기 때문이다.
정몽헌 회장도 한 ‘기업인’이었다는 면에서 정작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다른 기업인의 심정은 어떨까. 대기업과 중소기업 혹은 벤처 등 기업 규모에 관계없이 대체로 두가지 반응이다.
‘안타깝다’는 것과 ‘참담하다’는 감정이다. 안타깝다는 말은 고인에 대한 애도의 의미일 것이다. 그렇다면 ‘참담하다’는 반응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대충 요약하면 그만큼 우리나라에서는 기업하기가 정말 힘들다는 하소연이다. 정치 논리에 끌려 다니는 경제현실에 대한 일종의 자조 섞인 표현이다. 실제로 우리 기업은 근대화 이후 지금까지 대부분의 기업이 정치적 외풍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신규사업부터 사업확장, 심지어 인원채용까지도 정부의 눈치를 봐야 했다. 그만큼 기업인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입지가 좁았다. 정 회장의 자살은 이런 현실이 불러낸 당연한 결과라는 논리다.
다소 비약된 해석이지만 충분히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실제 매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자유롭게 기업활동을 할 수 있게 하는 법과 제도를 정비해 달라는 것이 재계의 가장 큰 염원이었다.
사회를 움직이는 힘은 경제다. 경제는 기업이 생물처럼 살아 숨쉬어야 비로소 힘을 얻는다. 기업을 움직이는 힘은 기업가로부터 나온다. 결국 기업가가 ‘열정’을 가지고 마음놓고 활동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경제도 살아난다.
정 회장의 채 이루지 못한 대북사업도 중요하지만 이에 앞서 기업가 정신을 북돋워 주는 것도 남아 있는 모두의 책임이 아닐까.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