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발주물량을 확보하라.’
네트워크업계에 내려진 특명이다. 상반기 VDSL의 ‘반짝수요’ 외에 별다른 장비·솔루션 공급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애를 태우던 네트워크업계는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상반기의 실적 부진을 만회하고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하기 위해 통신·일반기업·금융권 등의 장비·솔루션 발주물량 확보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하반기에 수요가 예상되는 부문은 무선랜·VDSL·WCDMA 중계기·스위치·광전송장비·소프트 스위치 등. 이 중 VDSL·무선랜 등 초고속인터넷가입자망에 대한 투자가 특히 주목을 끌고 있다. VDSL과 무선랜의 경우 모두 기존 도입 장비에 비해 2∼4배 가량 속도가 빨라진 기술이 채택될 예정이어서 장비업체간 속도경쟁이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KT VDSL 물량 최대 관심사로 떠올라=KT의 50Mbps VDSL 도입이 업계 최대 관심사다. 지난 상반기 600억∼700억원대의 20Mbps VDSL장비를 도입한 KT는 하반기에 총 30만회선, 450억원 규모의 50Mbps VDSL 장비를 도입할 예정이다. 이미 지난 6월부터 모두 16개사가 참가한 가운데 벤치마킹테스트(BMT)를 진행 중이며 현재 마지막 환경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다산네트웍스·미리넷·코어세스·텔슨정보통신 등이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
◇무선랜 물량도 상당할듯=무선랜 부문에서는 11Mbps의 속도를 구현하는 기존 IEEE802.11b를 대체할 54Mbps급 차세대 무선랜 장비 도입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재 IEEE80.11b와 동일한 2.4㎓ 대역에서 최대 54Mbps를 지원하는 IEEE802.11g와 5㎓ 대역에서 54Mbps를 구현하는 IEEE802.11a 두 가지 기술이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KT를 비롯한 통신사업자는 두 가지 기술을 동시에 지원하는 듀얼모드 장비를 도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가운데 장비업계는 이의 도입물량 규모가 얼마나 될 것인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SKT, WCDMA 중계기 발주=SK텔레콤이 연말 WCDMA서비스를 앞두고 조만간 중계기 구매에 들어갈 예정이다. 전국적인 서비스 시행이 아닌 만큼 대규모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의 발주물량은 나올 것이란 게 업계의 관측이다. 아직 최종 투자규모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SK텔레콤은 이미 지난해 SK텔레시스·기산텔레콤·쏠리테크·중앙시스템 등 BMT를 통과한 13개사를 대상으로 중계기 발주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스위치, 기대감 높여=현재 보급되고 있는 레이어4(L4) 스위치 외에도 L7 스위치의 도입에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 1.25 인터넷 대란 직후 KT가 대량구매 의사를 비쳤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소량구매에 그쳤기 때문에 후속 도입 물량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금융권·학교 등에서도 보안의식이 높아지면서 필터링 기능이 있는 L7 스위치 도입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시장의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또 차세대네트워크(NGN) 구축작업이 본격화되면서 NGN 소프트스위치 도입도 예상되고 있다.
◇기타=이밖에 광전송장비 분야에서는 차세대 장비로 꼽히는 MSPP 및 OXC 장비 도입 여부가 업계의 최대 관심사다. 비록 통신시장의 침체 여파로 지난해부터 도입론만 무성하지만 최근 KT가 몇몇 업체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용 장비 BMT를 진행한 만큼 다소 침체된 광전송장비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어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한 KT가 코넷 백본망을 확충하기 위한 라우터 교체 및 증설사업도 추진하고 있어 한동안 잠잠하던 코어 라우터 부문도 기대감을 높여주고 있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