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통신 유상증자안이 부결된 이후 일체 연락을 끊었던 정홍식 LG통신사업 총괄사장(58)이 6일 입을 열었다.
임시주총 결과에 충격받아 허탈감에 빠져 있을 줄 알았는데 하루밖에 안 지난 6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정 사장은 한층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정 사장은 “반대편에 서 있던 일부 대주주들의 의견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 앞으로는 보다 많은 이들의 견해를 들어 삼성전자·SK텔레콤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서 협상을 재추진하겠다”며 흔들림 없는 입장을 보였다.
실타래처럼 꼬인 문제를 풀기 위해 자신(LG)부터 욕심만을 내세우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그가 밝힌 타협의 방향은 결국 유상증자 추진에는 변함없되 SK텔레콤·삼성전자가 반대의 명분으로 주장한 외자유치 방안을 동시에 수용하고 유상증자 가격 또한 재검토하겠다는 것. 정 사장은 “서로 합의해서 업계가 공생할 수 있는 타협안을 다시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다행스럽게 하나로통신도 윤창번 신임 사장을 맞아 정상화 채비를 서두르고 있는 만큼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정 사장에게 이번 일은 큰 교훈이 된 듯 하다. “세상에 억지로 되는 일이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기대는 했었지만 막상 유상증자안이 무산되고 나니 반대표를 던졌던 삼성전자나 SK텔레콤도 이해가 갑니다. 생각해보니 지난 한달간 시간이 너무 짧아 주주사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협의하는 과정이 부족했습니다.”
정 사장은 주총 후 LG그룹측에 “내 책임을 물어달라”고 사직서를 냈으나 LG그룹은 “다시 한번 마음을 추스려 일해달라”고 반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시주총 직후 ‘잠적’한 것 아니냐는 오해도 받았지만 때마침 지난주말부터 심한 감기까지 겹쳐 정 사장을 괴롭히고 있다.
“병원을 왔다갔다 하며 며칠 쉬고 나면 다시 활력이 충전되지 않겠습니까. LG를 비롯한 업계의 기대도 있고 나 또한 더욱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으니 조금 여유를 갖고 합리적인 결과를 내오겠습니다.”
다시금 의지를 불태우는 정 사장의 행보에 여전히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