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소니의 메모리스틱을 지원하는 가전제품을 개발, 출시한데 이어 3분기부터 미디어인 메모리스틱을 생산, 판매키로 함에 따라 향후 메모리카드 시장의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그동안 메모리카드 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소니를 비롯해 파나소닉·올림퍼스 등이 치열한 경쟁을 펼쳐온 상황에서 삼성전자와 소니의 협력강화는 시장 저변 확대라는 측면에서 적지않은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메모리 생산배경 뭔가=삼성전자가 소니의 메모리스틱을 생산키로 한 것은 안정적인 메모리 수요처를 발굴하고 차세대 메모리카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양사의 ‘오월동주(吳越同舟)’ 전략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1년 8월 메모리스틱을 삼성전자의 디지털 정보가전기기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제품을 만들어달라는 소니의 요청을 전격 수용, 메모리스틱을 지원하는 가전제품을 잇따라 출시하기 시작했다. 디지털캠코더 8종과 노트북 8종, DVD플레이어 3종, 데스크톱 2종에 메모리스틱 슬롯을 탑재해 저장매체로 소니의 메모리스틱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에 삼성이 소니의 메모리스틱을 생산하기로 한 것 역시 다양한 형태의 메모리카드에 대응함으로써 ‘낸드(NAND)’ 타입 플래시메모리 수요를 늘리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소니 입장에서는 메모리카드 시장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기 위한 포석이 될 수 있다. 소니가 삼성에 제조 및 판권을 준 것은 삼성이 지난 2001년부터 꾸준히 메모리스틱을 지원하는 제품을 잇따라 출시한데 따른 보답 성격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시장 저변을 넓혀 파나소닉의 SD카드와 올림퍼스의 xD픽처카드 공세에 대비하기 위한 차원인 셈이다.
◇메모리카드 패권 누구에게=IDC자료에 따르면 세계 메모리카드 시장은 지난해 16억9800만달러를 기록한데 이어 올해 19억4100만달러, 2004년 28억9200만달러, 2005년 30억6400만달러 등 2002년부터 2007년까지 연평균 19.9%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측됐다.
이 시장을 잡기 위해 현재 메모리스틱을 내놓은 소니와 SD카드 진영의 파나소닉, 그리고 xD카드 진영의 올림퍼스가 격전을 벌이고 있다. 특히 올림퍼스의 경우 이달부터 올림푸스한국(대표 방일석)을 통해 생산, 일본을 비롯한 전세계 시장에 수출할 계획이어서 시장경쟁은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소니의 제휴로 과연 메모리스틱이 메모리카드 시장에서 어느정도 힘을 발휘할지 주목된다.
◇삼성과 소니의 역할분담은=삼성전자는 이르면 오는 9월부터 메모리스틱을 본격적으로 생산할 계획이다. 물론 삼성전자는 지금까지 메모리스틱을 생산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지난 2001년 소니와 제휴를 체결한 이후 소니 브랜드로 공급해 왔다. 따라서 삼성전자는 국내 생산 개시를 계기로 내수판매와 함께 소니에도 공급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삼성 브랜드제품의 판매영역이 어디까지인지는 분명치 않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국내외 시장에 모두 판매할 수 있다”고 밝혀, 기본적으로는 삼성전자가 생산한 메모리스틱을 전세계에 판매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제휴’라는 특성상 소니와 경쟁체제로 갈 가능성은 희박하며, 다만 생산수량이나 판매지역이 제한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