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부가가치세가 면세된 범용기업인증서를 발급, 인증서시장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전자인증업체들은 범용기업인증서에 대해 11만원의 수수료를 받아온 각 은행이 최근 부가가치세가 면세된 10만원으로 수수료를 인하조정, 은행에 인증서를 공급하는 금융결제원의 입지만 강화되고 시장독점현상도 더욱 심화시킨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반발하는 경쟁인증업체=타인증업체들은 은행들의 부가세 면제 조치가 자신들의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려 실질적으로 인증서시장을 독점하다시피하고 있는 금결원의 시장독점을 부채질한다며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또 공인인증서 등록대행기관에 불과하던 은행이 스스로 부가세를 면세했다면 이는 스스로 공인인증기관임을 자처하는 것으로 인증기관 허가 요건을 담고 있는 전자서명법을 전면적으로 위반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이처럼 부가세가 면세된 금결원의 인증서가 은행을 통해 발급될 경우 이 같은 면세 혜택을 받을 수 없는 다른 인증업체들은 고사할 수밖에 없다고 시정을 촉구했다.
한국정보인증의 한 관계자는 “은행이 발급한 인증서에 부가세 면세 혜택이 주어진다면 앞으로 유료화될 개인용 인증서시장에서도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하다”며 “관계기관이 이에 대해 확실한 방침을 밝혀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부가세 면세 배경=부가세를 면세한 배경에 대해 은행은 지난달 3일 재경부가 고시한 ‘은행업무중 부수업무의 범위에 관한 지침’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 지침은 ‘인증서를 통한 거래당사자 확인 업무는 전자결제 및 인터넷뱅킹 등과 밀접해 은행이 영위하는 것이 바람직함으로 부수업무로 명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은행권은 이 규정을 은행도 인증서 발급 및 등록업무를 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 부가세 면세사업자인 은행이 인증서 발급업무를 수행함에 따라 부가세를 면세하게 됐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같은 문제가 불거짐에 따라 은행권은 신중히 대처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조흥은행 임광수 계장은 “이번 조치가 이 같은 논란을 불러일으키리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며 “은행권이 공동으로 재경부에 재해석을 요청한 상태”라고 밝혔다.
◇대책 마련 나선 정부=문제가 확대됨에 따라 재경부·정통부·국세청 등 관련 기관은 적법성 여부 등에 대해 검토할 예정이다.
재경부의 박광 사무관은 “실질적으로 은행이 인증서업무를 하고 있어 해당 조항이 필요하다는 의미에서 원론적인 차원의 지침을 내렸으나 해당 업체의 피해 정도와 적법성 여부를 검토해 보다 명확한 지침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정통부도 은행의 이 같은 업무가 전자서명법에 위반되는지를 검토할 계획이며, 국세청도 은행의 전자인증업무가 부가세 면세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조사하기로 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