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소문만 무성하던 위조 소프트웨어의 실체가 밝혀짐에 따라 업계는 물론 사용자들에게도 비상이 걸렸다. 경찰이나 업계도 아직까지는 정확한 위조 소프트웨어 유통 현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지만 적어도 수십억원대의 시장이 이미 형성돼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황=위조 소프트웨어는 주로 중국에서 제조된다. 중국 내에 소프트웨어 위조 전문집단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소프트웨어도 반도체 못지 않게 부가가치가 높다. 소프트웨어 위조가 신종 범죄방식으로 부상하는 이유다. 경찰에서도 “중국내 폭력단체가 수익사업의 일환으로 위조 소프트웨어 유통에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위조품은 정식 통관을 거치지 않은 채 국제택배 등을 통해 소량 반입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상대적으로 감시가 소홀한 국제택배가 반입될 때도 간이통관 절차는 있지만 위조 소프트웨어를 적발하는 것은 쉽지 않다.
◇문제점=가장 큰 문제는 정품 소프트웨어 시장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선의의 피해자를 낳는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어차피 불법복제 시장은 정품 시장과 별도로 형성된다고 볼 수 있지만 위조 소프트웨어는 정품 구매 의지를 갖고 있는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더 악질적인 범죄”라고 지적한다. 자신이 정품을 샀다고 착각하고 있는 위조 소프트웨어 구매자는 불법복제 사용자와 마찬가지 처벌을 면할 수 없다.
사법기관의 인식 수준도 낮다. 경찰 내부에서는 “어렵게 위조 소프트웨어 범죄자를 잡아도 불법복제와 마찬가지로 불구속 처리되는 경우가 잦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이를 막을 수 있는 전문인력도 매우 부족한 상태다.
김은현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법조팀장은 “국내 검찰이나 경찰에 위조지폐 전문가는 있지만 위조소프트웨어 전문가는 거의 없다”며 “위조품을 막기 위한 전문인력 양성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해결방안=법적으로 소프트웨어는 1회에 한해 타인에게 양도가 가능하도록 되어 있으나 영리를 목적으로 임대나 재판매를 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 따라서 인터넷경매사이트 등에서 대량으로 판매되는 소프트웨어는 대부분 정품이 아닌 불법 소프트웨어일 확률이 높다.
전자상가 등 오프라인에서 소프트웨어를 구매할 경우 외형상 위조품을 판별하기란 매우 어렵다. 전문가가 아니면 정품과 같은 패키지 디자인에 속을 가능성이 높다.
김태익 SPC 팀장은 “위조품은 주로 재포장을 하기 때문에 자세히 보면 정품에 비해 패키지나 CD 표면이 조잡하다”며 “포장된 비닐이 보통 정품보다 두껍고 밀착이 안되거나 일부 로고가 정품과 다른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구분법들은 위조기술이 날로 고도화되고 있어 사실상 의미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품과 직접 비교할 경우에도 육안으로 거의 구별이 불가능할 정도로 위조기술이 정교하기 때문이다. 위조지폐가 홀로그램 등 전문적인 기술을 제외하면 진짜 지폐와 거의 흡사한 것과 마찬가지다. 따라서 피해를 막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정품판매 매장에서 정상적인 가격을 지불하고 구입하는 것이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 조윤아기자 forang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