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이야기](14)애니메이션 페스티벌

 다음주부터는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이 개최된다. 지난 95년에 처음 개최된 SICAF는 이제 국제 페스티벌의 면모를 점차 갖춰가고 있다. 올해의 애니메이션 공모전에는 전세계에서 500여개의 작품이 응모했다. 응모 작품수로 보자면 이제 국제 페스티벌로서 손색이 없다. 또한 산업적 측면에서는 SPP(SICAF Promotion Plan)라는 프로모션을 추진하고 있는데, 주로 동북아 한·중·일 3국의 신작 기획안을 검토해 시상하는 제도로 아직은 가야 할 길이 많지만 동북아의 애니메이션산업 발전에 커다란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SICAF가 이렇게 발전한 데는 조직위를 비롯해 업계, 학계 등의 꾸준한 노력이 있었으나 작년에 서울시에서 매년 10억원씩 10년간 투자하겠다고 결의한 측면이 올해의 비약적인 사업을 가능하게 한 가장 중요한 이유라고 볼 수 있겠다.

 세계 주요 각 나라에는 그 나라가 자랑하는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이 있다. 프랑스에는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안시 페스티벌이 있고, 캐나다에는 오타와, 일본에는 히로시마, 유고에는 자그레브 등이 있다.

 프랑스 안시 페스티벌은 원래 칸영화제 중 애니메이션부문만 독립시킨 영화제다. 유명한 알프스의 호반 도시인 안시에서 매년 개최되는 이 페스티벌은 주변 경관도 환상적이지만, 무엇보다 행사기간중 시내에 있는 모든 영화관이 조직위가 선정한 애니메이션을 상영하고, 행사 전체가 시민들의 자원봉사를 중심으로 운영되어 인구 7만의 전체 시내가 축제를 즐긴다는 측면에서 세계의 애니메이터들에게는 성지와 같은 곳이다. 안시는 몇년 전부터 마켓을 강화하고 있으며, 전세계 애니메이터들에게 취업 안내도 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안시에 비해 연륜은 짧지만 캐나다의 오타와 페스티벌도 세계적인 페스티벌로 자리매김했다. 일본의 히로시마도 아시아권에서는 세계적인 권위를 유지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들 도시가 모두 훌륭한 관광지라는 점이다. 작품을 통해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애니메이션과 수려한 관광자원의 만남은 그 자체가 이벤트가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SICAF는 외국의 애니메이션 페스티벌과 같이 작품 위주로 시작한 페스티벌은 아니었다. 관객 위주의 볼거리 중심으로 시작한 SICAF는 초창기에는 비판도 많이 받았다. 그런데 최근들어서는 SICAF와 같이 카툰과 애니메이션을 함께 전시하고 대중들에게 볼거리를 적극적으로 제공하는 페스티벌이 중국과 일본에서도 시작되었다. 중국의 베이징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상하이 카툰 애니메이션 페어, 도쿄 아니메 페어는 모두 우리나라의 SICAF와 쌍둥이같은 모습이다. 이는 분명히 중국과 일본에서 SICAF를 벤치마킹한 것이 확실하다.

 해를 거듭할수록 발전하는 SICAF에서 우리는 우리 애니메이션의 성장을 확신한다. 앞으로의 중요한 과제는 마켓의 활성화에 관심을 집중하는 일이다. SPP는 이의 시발점이다. 동북아시아 산업 마켓의 중심이 되는 것을 상상하는 것은 매우 즐거운 일이다.

이교정·한국애니메이션제작자협회 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