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슈퍼마켓(e슈퍼)’ 비즈니스 모델이 진화하고 있다.
서비스 출범 당시만 해도 독자적인 수익모델을 표방했지만 지금은 백화점이나 할인점 등 오프라인 유통점을 강화하기 위한 시너지사업으로 ‘색깔’이 바뀌고 있다. 이에 따라 오프라인 사업이 없는 온라인 위주의 e슈퍼사업은 점차 경쟁력을 잃어가는 반면 오프라인 매장을 기반으로 한 사업은 서비스를 확대하는 등 ‘덩치 키우기’에 나서는 상황이다. e슈퍼마켓은 인터넷으로 식품이나 생필품 등을 주문하면 이를 집까지 배달해 주는 전자상거래 사업모델 가운데 하나다.
◇현황=지난 99년 첫 설립돼 관심을 끌었던 e슈퍼 ‘마이그로서리’는 서비스를 잠정 중단했다. 마이그로서리는 쇼핑몰업체와 제휴해 서울과 수도권을 대상으로 야채·과일·축산·수산 등 주로 신선식품을 취급해 왔다. 2001년만 해도 자체 물류센터를 건립할 정도로 사업을 확장했으나 판매 부진과 과비용으로 누적 적자를 견디지 못해 결국 사업을 접었다.
반면 LG유통·현대백화점 등이 운영하는 e슈퍼는 오프라인 매장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크게 늘리고 있다. 2000년 10월 일산 태영점을 시작으로 운영된 LG 인터넷 슈퍼는 지금은 서울과 수도권 27개 매장으로 확대됐다. 매출도 출범 당시 월 2500만원에서 월 4억원 수준으로까지 오르는 등 점차 탄력을 받고 있다. 현대도 지난해 9개점에서 올해 11개점으로 서비스 점포수를 늘린 상황이다. 현대는 점포별로 e슈퍼 사업을 통해 식품부문에서 전체의 10∼15%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서비스 초기 일 100만원대에서 지금은 500만원대까지 성장했다. 특히 가장 서비스가 활성화된 압구정 본점은 하루 주문건수만도 200건을 넘어섰다.
◇비즈니스모델 변화 배경=사업초기만 해도 인터넷으로 오전에 식품을 주문하고 저녁에 받을 수 있다는 편리함으로 바쁜 직장인이나 30대 초반의 신세대 부부를 겨냥한다면 충분한 수익성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인터넷업체는 물론 백화점·할인점 등도 잇따라 출사표를 던졌다.
그러나 서비스 5년째인 지금 온라인과 오프라인업체의 희비가 엇갈리는 데는 ‘식품’이라는 독특한 사업 아이템에 연유한다. 사실 식품은 선도 유지와 유통기한 등의 문제로 온라인에서 취급하기는 다소 까다로운 품목이다. 지역 상권이라는 배경이 없으면 성공 가능성은 희박한 셈이다.
LG유통 김건 부사장은 “2000년 당시만 해도 독자적인 사업모델로 구상했지만 지금은 오프라인의 시너지 사업으로 수정한 상황”이라며 “기존에 제공했던 오프라인의 배송 서비스와 연계해 투자비를 줄이고 서비스 점포를 늘린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현대 이상원 부장도 “백화점에서 식품은 수익보다는 고정 고객을 유지하기 위한 서비스 개념이 강하다”며 “고객의 편의성 제고 차원에서 e슈퍼 사업에 접근, 의외로 성과를 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망=e슈퍼 사업은 앞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축으로 인터넷 사이트를 연계하는 방안으로 활성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국에 탄탄한 오프라인 매장을 가진 유통점 중심으로 서비스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이미 LG유통은 종합 쇼핑몰 LG이숍·다음쇼핑에 입점한 데 이어 하반기에 네이트몰·한솔CS클럽과 제휴키로 했다.
닷컴 붐 당시 전자상거래 모델의 하나로 관심을 모았던 e슈퍼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진화할지 주목된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오프라인 유통점 강화 시너지사업 `자리매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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