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가 그랬듯이 개개인의 삶에서도 우리는 수 많은 갈림길에 직면하게 된다. 그리고 순간의 선택과 결정이 인생을 바꾸기도 한다. 결단이라는 말의 밑바탕에는 ‘불확실함’이 전제돼 있다. 다시 말해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결단을 내려야 하는 것이다. 모호하고 불분명한 상태를 결단을 통해 뭔가 확실하고 분명한 것으로 바꾸는 것이야말로 성공하는 리더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3M에 수세미 세일즈맨으로 입사한 후 포스트 잇, 디스켓 세일즈 등을 거치면서 힘들고 고된 업무와 난관이 내 앞을 가로막을 때마다 미래에 대한 꿈이 없었다면 이같은 역경을 이겨내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때 나의 꿈은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3M 인터내셔널 매니저(국제담당 매니저)’가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미국 3M 동료들에게 인터내셔널 매니저에 대해 물어보니 실망스럽게도 그들은 대부분 ‘한국 사람은 그 자리에 임명되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고 나에게 답해주었다. 문화적으로나 언어적으로 불리한 점이 많기 때문에 꿈도 꾸지 말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그들의 이야기를 값진 충고로 받아들였고 그들이 말하는 불리한 점들을 내 꿈을 향한 도전 의지를 다시금 불태우게 해주는 자극제로 삼았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은 적어도 나에게만큼은 결코 허튼 소리가 아니었다. 결국 오매불망 기다리던 기회가 나에게도 찾아 왔다. 미국 3M의 국제담당 사업 부장이었던 데이브 타이난씨가 아시아태평양지역 마케팅 매니저 자리를 제안해 온 것이었다. 그리도 기다리던 보직이었음에도 나는 냉정하게 제안을 저울질해 보았고 며칠 동안 고심 끝에 타이난씨의 제안을 정중하게 거절하고 말았다.
물론 어렵사리 찾아온 기회를 거절한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이는 아직 내 자신이 준비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결과적으로 볼 때 이는 훌륭한 결단이었다. 또 한번의 절호의 기회가 다시 주어진 것이었다.
아시아태평양지역 마케팅 매니저 자리를 제안했던 타이난씨가 이번에는 영업개발 매니저 자리와 함께 덤으로 미국에서 진행되는 중견간부 교육 ‘인텐시브 코스’ 이수와 2계급 승진을 보장한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해온 것이었다. 지금 당시를 되돌아보면 스스로에게 엄격함을 요구했던 나의 태도를 본사에서 높게 평가한 것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이후 전문 경영인의 자리에 오른 지금에 이르기까지 결단이 요구되는 순간마다 나는 선배들이 항상 들려주던 이야기를 가슴 속에 떠올린다. 인생에서 기회는 반드시 다가온다. 단,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얻을 수 있을 뿐이다. 나는 이 말에 절대적으로 공감한다. 준비하는 사람에게만 결단의 순간이 주어진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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