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코리아 자동차의 신화, 부품업계가 실현한다.’
국내 자동차부품업계의 세계화 전략이 가시화되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의 잇단 해외 현지공장 준공, 북미 빅3(GM·포드·다임러크라이슬러)의 글로벌 구매확대, GM의 한국시장 진출 등 주변 완성차업계의 정세가 호기로 작용하면서 자동차 전장부품업계가 ‘글로벌 플레이어’로서 비상의 나래를 펴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 부품업체들은 ‘판매선이 내수시장에 국한됐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업체조차 해외시장 공략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대다수 업체의 주매출 비중은 로컬시장에 치중됐고 모기업이 파업이라도 하면 영락없이 매출 급감으로 이어지는 형국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부품업계의 수출선이 뚫리고 있다. 대우차 부도, 현대차의 기아차 인수 등 급변기를 거치면서 부품업계가 생존전략으로 내세운 ‘세계화’가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이를 증명하듯 올해 국내 차부품 수출(상반기 집계)은 지난해보다 38.7% 증가한 11억4000만달러에 달하고 있다. 해외 완성차업체로의 직수출, 현지조립(KD) 방식의 수출 증가로 올해 전체 차부품 수출은 30억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글로벌 플레이어의 대표주자들=평화산업·동양기전·대원강업·한라공조·SJM·현대모비스·삼립산업 등이 꼽힌다. 세계시장에서 뒤지지 않는 제품경쟁력을 바탕으로 이미 분야별로 세계적인 업체로 도약한 기업도 적지 않다.
한라공조의 경우 전체 매출(1조2000억원) 중 수출이 60%에 달한다. 포드·GM에 에어컨·컴프레서 등을 납품하고 있으며 지난 5월 크라이슬러와 3년간 25만대의 컴프레서 공급계약을 체결해 빅3 모두에 납품하는 기록을 세웠다.
동양기전은 최근 GM과 프런트와이어 대규모 직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폴크스바겐 등에도 모터·유압실린더를 직수출할 계획이다.
일찍이 수출에 특화한 삼립산업은 독일 헬라-베어와 합작으로 프런트엔드모듈(FEM)을 해외 완성차업계를 대상으로 납품하고 있다. 중국 3대 자동차회사인 둥펑에 연간 100만대 규모의 헤드램프 납품도 결정됐다.
방음·방진용 고무부품을 생산하는 평화산업은 올해 예상매출 1605억원 중 504억원을 수출(직수출·OEM수출)로 달성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현재 이 회사는 BMW·폴크스바겐·크라이슬러·포드·마쓰타 등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으며 연말에는 독일의 다국적 부품업체인 VC와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 김귀식 부사장은 “현재 내수시장은 포화상태”라며 “직수출 확대, 공급선 세계화는 부품업계 공통의 생존전략”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세계 5대 자동차 강국, 7대 완성차 메이커를 보유하고 있는 우리나라지만 부품업체의 위상은 아직 낮은 상태”라며 “세계 완성차업계의 원가절감 노력, 아시아권 전진기지 설립 등으로 국내 부품업계는 세계화를 향한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산 차부품 세계화 배경=차부품업계의 세계화는 크게 해외 완성차업계로의 직수출, 해외 차부품업체와의 제휴, 국내 완성차의 OEM 수출 등으로 요약된다.
세계 1위의 완성차업체인 GM은 지난해 부품의 아웃소싱을 통해 북미 생산제품의 재료비를 3∼5% 절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포드 역시 글로벌 구매의 비중을 20% 이상으로 올린다는 방침이다.
이런 와중에 GM의 대우차 인수는 한국산 부품에 대한 관심을 증가시키는 계기로 작용하며 국산 부품조달 규모의 확대를 낳았다.
현대차의 품질지수(IQS)가 세계적인 수준으로 평가받으면서 국산 차부품의 신뢰도 또한 높아졌다.
<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
내수 포화로 해외시장 개척에 사활 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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