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이 다른 뻔뻔하고 발칙한 ‘성애’ 비디오 두편이 다음주 출시된다.
조너선 테플리츠키의 ‘베터 댄 섹스’와 서플먼트를 포함해 2장의 DVD로 출시되는 봉만대 감독의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은 쿨한 남녀의 이탈된 ‘성’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도발적인 정사신과 주인공들이 섹스를 하나의 오락거리로 즐긴다는 점도 빼닮았다.
‘맛있는…’은 대학 선배와 사귀면서도 늘 자유로운 사랑을 꿈꾸는 ‘신아’와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동기’의 신세대식 사랑을 다룬 작품이다. 어느날 우연히 서로에게 이끌려 하룻밤을 보낸 둘은 서로를 잊지 못하고 동거를 시작하고 아낌없이 사랑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의 몸에만 익숙해질 뿐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함을 알게 되는 두 사람은 일상에서 생기는 사소한 오해를 견디지 못한 채 새로운 삶을 위해 헤어진다.
테플리츠키의 ‘베터 댄…’은 부담없이 원나잇 스탠드를 즐기는 여자 ‘신’과 남자 ‘조시’가 파티에서 만나 사흘간의 사랑을 나눈다는 얘기. 하룻밤만 관계하고 미련없이 헤어지는 원나잇 스탠드를 하려 했던 ‘조시’와 ‘신’은 잘 맞는 호흡으로 짜릿한 하룻밤을 보낸다. 둘은 다음날 아침 헤어지지만 돌아서자마자 아쉬움을 느낀다. 둘은 다시 침대를 찾아나서고 또 다시 섹스를 즐기며 3박4일을 보낸다.
이렇듯 두 작품은 어떤 계약조건도 없는, 말 그대로 쿨한 사랑을 보여준다.
그러나 감독의 경력에서 드러나듯 스토리 전개방식은 크게 다르다. ‘맛있는…’의 봉 감독은 에로비디오 출신 감독이고 ‘베터…’의 테플리츠키는 다큐멘터리·뮤직비디오 출신 감독이다.
그 때문인지 ‘베터…’는 경쾌함이 두드러지고 ‘맛있는…’은 독특한 성애장면이 압권이다. 특히 ‘베터…’는 도저히 알 수 없는 여자의 속마음과 여자는 도저히 알 수 없는 남자의 속마음을 우스운 해프닝과 언어로 경쾌하게 다룸으로써 에로비디오가 아닌 뮤직비디오의 장면을 보는 듯 상큼하다.
스토리를 전개하는 방식에서도 장면과 장면 사이에 ‘신’과 ‘조시’는 물론 주변인물의 성에 대한 솔직담백한 인터뷰를 끼워넣어 다큐멘터리같은 리얼리티를 살리고 있다.
반면 ‘맛있는…’은 봉 감독의 전력에서 알 수 있듯이 톡톡 튀는 성애장면의 연출이 돋보인다. 두 남녀 주인공이 공중화장실, 목욕탕, 작업실 등에서 벌이는 다양한 사랑행위는 에로틱한 분위기 그 자체다. ‘진정한 섹스는 사랑의 감정과 어우러져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처럼 즐거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봉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원초적이고 자극적인 성에 대해 자신만의 기지를 한껏 보여준다.
두 작품에 등장하는 서술자의 차이도 눈길을 끈다.
테플리츠키 감독은 원나잇 스탠드를 즐긴 사람의 속마음 들어내려 애썼던 만큼 복잡해진 두 사람의 감정을 들여다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따라서 남녀의 시각이 고르게 분산돼 있고 사랑의 행위보다는 두사람의 감정이 만들어내는 여운을 쫓고 있다.
반면 봉 감독은 신세대 여성 ‘신아’가 이야기의 서사를 이끌도록 했다. 젊은 여성의 관점에서 쿨한 사랑을 들춰보려 했던 것이다. 그리고 둘의 사랑을 평행선의 결말로 이끌어간다. 이로써 작품은 사랑의 여운보다는 섹스는 단지 즐겁고 솔직한 쾌락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