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정책 조직 확충 경쟁` 배경과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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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부처들이 경쟁적으로 IT관련 정책부서를 신설하려는 것은 이를 잡지 않고선 ‘부처의 미래가 없다’는 절박함의 표시로 받아들여진다. 이 때문에 합리적인 기능조정이라는 애초의 목표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부처간 밥그릇 싸움으로 변질될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제기됐다.

 ◇왜 IT정책인가=IT는 이미 경제의 중추산업이면서 미래 성장동력으로 자리잡았다. GDP 성장기여율이 가장 높은 국내 1대 산업이다. IT는 또 모든 산업의 핵심 인프라다. 이러한 이유로 참여정부는 21세기 지식정보사회에 대응하고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정보화와 IT산업 육성을 정부의 핵심역량으로 삼고 있다. 심지어 정치와 행정, 사회개혁의 도구로 대접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IT정책의 힘은 갈수록 커졌다. 이 기능을 얼마나 갖고 있느냐로 부처의 ‘파워’를 재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거꾸로 얘기하면 IT정책을 관할하지 않는 부처는 힘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각 부처의 IT정책 확대는 생존의 문제이기도 하다.

 또 현실적으로도 정부부처들은 IT 외엔 새로 넓힐 만한 정책영역이 많지 않다.

 ◇충돌 피할 수 없다=각 부처는 다른 부처와의 충돌을 막기 위해 나름대로 기존 업무영역의 연장선에서 IT정책을 확대하려 한다. 하지만 ‘컨버전스’시대에서 아무리 피하려 해도 충돌이 불가피하다.

 행자부가 행정정보화의 추진력을 갖기 위해 신설하려는 전자정부국과 정통부 정보화기획실과 사실상 겹친다. 산자부의 신성장산업국은 정통부의 정보통신정책국과 크게 다를 바 없다. 과기부의 지방과학기술국은 산자부의 지역산업균형발전기획관 조직과 유사하며 문화부의 문화산업국과 문화미디어국의 상당 기능은 정통부의 정보통신정책국 일부 과와 중복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각 부처가 사양분야 대신 떠오르는 IT분야에만 집중하면서 생기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정통부는 현상유지에 급급=정보화와 통신규제, IT산업 육성 등 3대 업무를 축으로 IT정책을 주업으로 삼아온 정통부는 다른 부처의 행보가 당혹스럽기만 하다. ‘줄 것만 많고 받을 것은 별로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정보화는 행자부를 비롯해 각 부처에서, 통신 규제 기능의 일부는 방송위가, IT산업 육성은 산자부와 문화부가 ‘일정 지분 참여’를 요구했다.

 요구 자체는 새삼스럽지 않으나 여러 부처의 동시다발적인 압력으로 강도가 예사롭지 않다. 정통부는 많은 국가들이 정통부를 벤치마킹할 정도로 정보화와 IT산업 전담 종합조정 부처가 필요하며 기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으나 ‘센’ 부처들의 공세에 역부족이다.

 정통부의 한 관계자는 “정통부는 정부조직 개편 논의만 이뤄지면 긴장할 수밖에 없는 조직”이라면서 “예년과 달리 이번만큼은 불안하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밥그릇싸움’은 곤란=각 부처는 저마다 정부혁신위원회에 개편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아직은 부처만의 입장일 따름이다. 다른 부처와의 의견조율, 정부 혁신위의 최종 결정, 대통령 재가 등의 절차를 거치면서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애초 의도와 정반대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문제는 각 부처가 사활을 걸다시피 입장을 관철하려 한다는 점이다. 부처마다 내색을 하지 않으나 다가올 정부조직 개편의 전초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해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지가 강력하다.

 물론 부처간에 갈등만 있는 게 아니라 일부 부처간의 ‘전략적 제휴’와 ‘빅딜’도 예상된다.

 정부혁신위원회는 부처별로 기능을 재조정하는 것일 뿐 부처 통합 등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기능조정을 조직확대의 장으로 이용하려는 시도도 있을 수 없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이르면 내년 총선을 전후로 해 정부조직 개편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이번 IT정책 조정은 단순한 기능조정을 넘어 부처 위상까지 달라지는 메가톤급 폭발력을 갖고 있다. 효율적인 국정 기능조정이라는 취지는 사라지고 IT정책을 둘러싼 각 부처의 주도권 싸움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

 관가는 ‘IT정책’이라는 폭풍을 앞에 두고 잠시 고요에 휩싸였다.

 <정책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