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소세 인하효과 ‘제로’.
지난달 12일 정부가 경기부양을 목적으로 고가 가전제품의 특소세를 전격 인하한 지 벌써 한달이 지났지만 시장에서는 전혀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일부 품목은 특소세 인하 전보다 판매가 저조해 이번 조치의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번 정책이 다분히 ‘전시 행정’이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대표적인 전자 유통점인 전자랜드21은 특소세 인하 조치와 관련해 계절상품인 에어컨을 중심으로 두번에 걸쳐 가격을 내렸다. 특소세 인하율이 미미해 출하가 대비 5∼10% 내린 데 이어 품목당 평균 2∼3% 추가로 할인행사를 벌였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썰렁했다. 실례로 LG 13평형 일반형 에어컨은 특소세 인하전 84만원에서 인하후 79만원대로 낮춰 프로모션을 벌였으나 판매 신장률은 0.2%에 그쳤다. 이마저도 특소세 인하에 따른 효과라기보다는 7월말 경부터 8월 중순까지의 무더위에 따른 자연 증가분이라는 설명이다. 전자랜드 측은 “계절 지수와 자연 발생분을 제외하면 특소세 인하 효과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하이마트도 특소세 인하 이후 한달이 지났지만 별다른 효과를 얻지 못했다. 하이마트는 에어컨·PDP TV·프로젝션TV에 대해 정부의 특소세 인하율보다 더 큰 할인폭을 적용했지만 매출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오히려 일부 품목은 특소세 인하 발표전보다 매출이 감소해 눈길을 끌었다. 하이마트 정병수 상무는 “프로젝션TV와 PDP TV는 특소세 인하 이후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00% 이상 신장했다. 하지만 특소세 발표 전과 비교하면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슬림형과 룸에어컨은 특소세 인하 발표 전달인 6월보다 매출액이 30%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집단 전자상가 역시 특소세 인하 효과가 미미하기는 마찬가지다.
테크노마트는 가전 전문매장 4곳을 대상으로 특소세 인하 조치 이후 3주 동안 판매대수와 매출액을 조사한 결과 소폭 증가한 수준에 그쳤다고 밝혔다. PDP TV는 특소세 인하 전 3주 동안 35대가 팔려 1억5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어 인하 후에는 36대 1억5500만원의 매출을 올려 불과 3.3% 정도 증가하는 데 그쳤다. 프로젝션TV도 인하 전에는 96대가, 인하 후에는 98대가 팔려 매출액 대비 5.2% 늘어났다. 에어컨은 오히려 인하 전 3주 동안 40대 정도였지만 인하 후에는 36대로 매출이 10.1%나 떨어졌다. 테크노마트 측은 “불안한 경기, 기대보다 낮은 가격 인하폭 등으로 특소세 인하 조치가 소비 심리에 별 영향을 주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LG전자와 삼성전자 등 가전업체도 특소세 인하에 따른 효과를 전혀 보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LG하이프라자 이영환 부장은 “정부에서 인하한 특소세율보다 더 낮춰 판매했어도 시장에서는 전혀 반응이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에 앞서 지난달 12일 0시를 기해 소비를 진작시키기 위해 에어컨은 현행 20%에서 16%로 4%포인트, 프로젝션TV는 10%에서 8%로 2%포인트, PDP TV는 1%에서 0.8%로 0.2%포인트 인하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