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통신장비 등의 고기능화로 인쇄회로기판(PCB)의 고속신호처리능력이 한층 강조되면서 삼성전기·대덕전자·LG전자 등 메이저 업체들이 시뮬레이션을 이용한 전자회로 설계기술개발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이는 기계적 강도·방열·전자파간섭·임피던스매칭 등 부품이 실장된 기판의 주요 특성을 사전에 시뮬레이션을 통해 시행함으로써 개발기간 단축, 비용절감, 고객신뢰도 제고 등의 다양한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대덕전자·LG전자 등 업체들은 세트 업체의 부품실장공정에 앞서 가상공간에서 신호반사·신호지연 등 전자회로의 신호처리 오작동 업무를 수행하는 시뮬레이션 전자회로 설계 기술을 육성하는 데 적극 나섰다.
삼성전기(대표 강호문) 기판사업부는 기존 CAD실을 확대운영키로 했다. 이 회사는 이에 따라 석박사급 RF 전문인력을 모집하는 데 힘쓰고 있다.
이 회사 한 관계자는 “네트워크 장비 성능이 고속화되고 고객의 제품 단납기 요구가 거세지면서 시뮬레이션 기술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콘덴서·저항·칩 등 부품을 기판 위에 올려놓고 작동하는 상황을 가상적으로 구현한 시뮬레이션을 이용하면 8번의 샘플작업 착오를 2, 3번으로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대덕전자(대표 김성기)는 CAD전문업체인 인터넥스 등과 함께 광운대에 ‘IT시스템기술센터’를 설립, 시뮬레이션 인력을 양성해 확보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대덕전자 한 관계자는 “우수한 시뮬레이션 인력을 확보하게 되면 세트 업체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LG전자(대표 구자홍) DMC사업부도 생산기술그룹내 초기유동파트의 조직을 확대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임베디드 커패시터 기판의 생산능력이 확대될 경우 조립라인에서 세트업체의 임베디드 기판 신뢰성 요구가 한층 거세질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
그러나 대다수 업체들은 수억원대의 비용 부담으로 CAD 부서 및 인력을 보유하지 못한 채 영세한 전자회로설계 전문업체에만 의존, 고객요구 대응에 애를 먹고 있다. 특히 전자회로설계 전문업체조차도 10년차 이상의 노련한 인력을 보유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실정이다.
삼성전기 한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 기판업체들은 우수한 CAD 인력을 확보하거나 전문업체를 보유, 이를 통해 우수한 샘플을 신속하게 납품해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며 “대만·중국 업체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서는 제조공법도 중요하지만 소프트웨어 기술 확보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