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브리핑]DVD강국의 위상이 흔들린다

 DVD 강국으로서 한국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DVD 구현기기 생산부문에서 부동의 1위 소니를 근소한 차로 앞서기까지 했던 한국 기업들이 고가 첨단제품의 일본기업과 저가제품의 중국기업 사이에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11일 LG경제연구원은 아직 브랜드 인지도 등에서 일본 기업에 열세임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중국기업의 저가 공세에 밀리고 있다는 보고서를 냈다.

 이 보고서에서 LG경제연구원은 지금까지 한국기업이 DVD 구현기기 분야에서 세계시장을 석권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국기업들이 VCR 테크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던 VCR/DVD 복합제품 분야에서 선전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최근들어 미국, 일본 등 선진시장에서는 이미 DVD 타이틀 출시량이 비디오 출시량을 추월하며 콘텐츠 시장이 DVD 중심으로 급격히 이행되고 있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즉 과도기에서 인기를 누리던 복합제품 분야의 시장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LG경제연구원은 이같은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고부가가치의 차세대 제품으로 주력제품군을 이전시켜야 하지만, DVD플레이어의 뒤를 이어 등장한 DVD리코더의 판매 가격조차 급락하는 등 차세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서의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 최고의 생산력을 기반으로 삼았던 한국 기업들로서는 일본기업과의 기술경쟁, 중국기업과의 규모의 경제 싸움에서 이길 수 없는 상황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LG경제연구원은 특히, DVD리코더의 과도한 로열티 부담 문제도 DVD플레이어에서와 마찬가지로 한국기업의 경쟁력 확보에 가장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2가지 이상의 규격을 가지는 멀티형 제품 위주 시장이 형성될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대한 대책으로는 기업들이 일단 경쟁력을 회복한 다음, DVD 생산강국의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 로열티 부담을 없애는 방안이 대두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가장 근본적인 대책이긴 하지만, 이미 DVD와 관련된 특허 풀이 완성된 상황에서 현실성이 없다는 게 LG경제연구원의 지적이다.

 이에따라 LG경제연구원은 DVD리코더의 뒤를 이을 차세대 제품으로 부상하고 있는 블루레이 리코더의 조기 상용화에 적극나서, 최대한의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는 장기적 대안을 제시했다. LG경제연구원은 또 셋톱박스 및 하드디스크 등을 결합한 복합제품 출시를 통해 가격 프리미엄을 확보, 로열티 부담을 극복해야한다는 단기적 처방을 함께 제시했다.<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