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을 맞은 음성기술업체들이 국내외를 막론하고 생존과의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해외의 경우 실적부진에 따라 기업간 인수합병이 빈번해지고 있고 국내지사를 잇따라 폐쇄하고 있다.
대표적인 음성기술업체인 스피치웍스가 지난 4월 스캔소프트에 인수됐고, 뉘앙스는 올 2월 국내 진출 2년 만에 한국지사를 철수했다. 내장형 음성인식칩을 선보이던 센서리코리아도 6월 말로 사업을 중단했다.
국내업체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음성기술업체 상반기 실적은 2억∼3억원 수준. 음성기술분야 국내 대표주자인 보이스웨어가 15억원 수준의 실적을 올린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0% 정도 매출이 감소한 것이다.
실적부진과 함께 구조조정도 잇따르고 있다. 보이스웨어는 상반기에 일부 구조조정을 거쳐 현재 40명 정도의 인력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연구개발인력이 모자라는 상태지만 일단 조직을 최대한 슬림하게 가져가겠다는 전략이다.
보이스텍 역시 한때 인력이 40∼50명에 이르렀지만 구조조정을 통해 현재 20명이 채 안되는 직원이 일하고 있다.
음성기술업체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은 전반적인 경기침체의 영향 때문으로 분석된다.
보이스웨어의 한 관계자는 “음성기술은 필수 채택기술이 아니기 때문에 기업들이 보통 여력이 있을 때 투자한다”며 “하지만 이 같은 구조적인 문제는 음성기술업체들이 풀어야 할 숙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의 경우 금융권 등에서 음성기술을 도입하는 사례가 많았지만 올해는 크게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성기술업체들은 희망의 출구를 찾아 사력을 기울이고 있다.
보이스웨어는 해외사업을 강화하는 한편 안정적인 매출확보를 위해 얼마 전 무선인터넷업체인 어니언텍을 합병했다. 통화연결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어니언텍은 안정적인 매출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자금유통에 숨통을 터주는 것은 물론 무선인터넷서비스에 음성신호처리기술을 접목한 신규사업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보이스웨어의 관계자는 “2분기 들어서면서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됐고 해외에서도 적극적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기 때문에 올해 작년 수준의 매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 코아보이스는 음성합성기술로, SL2는 음성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콜센터 구축(CTI)과 홈네트워킹분야로 사업을 확대해 불황탈출을 꾀하고 있다.
음성기술업체인 미디어포드 임우형 전무는 “음성기술시장은 죽은 것이 아니라 이제 조정기를 거쳐 성장기로 들어설 것”이라며 “다만 음성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응용서비스로 눈을 돌려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인진기자 ijin@etnews.co.kr>